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마약 단속에 警 대거 투입에도 실적 ‘0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인근에 마약·강력범죄 담당 형사 인력 52명을 투입했으나 마약 단속 실적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 인력이 사고 직후에 효율적으로 투입됐다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6일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인 지난달 29일 핼러윈 파티가 열린 이태원 일대에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용산·동작·강북·광진경찰서 소속 10개 팀 52명의 형사인력을 이태원에 배치했다. 이들은 이태원파출소·119안전센터·이태원로·세계음식문화거리 등 사고 장소 근처에 배치돼 클럽 마약류 점검·단속과 순찰 활동을 했다. 당시 경찰이 작성한 ‘핼러윈 데이 축제 기간 마약류범죄 단속·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문건에는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형사인력은 홍대(7개 팀 37명) 인근보다 많았지만, 단속 실적은 없었다.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형사인력이 사고를 처음 인지한 시각은 오후 10시 44분, 사고 발생 29분 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파출소 인근에서 마약 단속·점검을 준비 중이던 용산경찰서 강력6팀이 사고 발생 22분 뒤인 오후 10시 37분 출동 지시를 받고 오후 10시 44분 현장에 처음 도착했고, 용산서 강력6팀장이 이 직후 위급한 상황을 확인해 보고했다고 한다. 형사팀들은 사고 현장에 배치돼 심폐소생술(CPR) 등 구조작업과 질서유지 지원을 맡았다.

일각에선 사고 발생 전후로 형사들을 사고 현장에 배치했더라면 희생자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사고 발생 이전 형사인력은 당일 오후 9시 33분 용산서 형사기동차량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으로 이동시켜 질서유지를 한 게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형사들의 기본 업무가 마약류 범죄 예방과 단속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적이 전무 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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