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 수십억장 면밀 분석… 수천㎞ 밖 적 은신처까지 포착 [디펜스 포커스]
일반인엔 알려지지 않은 ‘스파이 조직’
미국·해외 120여곳 1만4500여명 근무
영상 정보 수집·분석 기술 세계 최고
국가지도부 주요 결정 과정서 활용돼
빈 라덴 위치부터 동석자들까지 특정
최종 제거 위한 핵심 정보 제공해 주목
북한 전역 정찰… 핵 위협 동향 파악도
감시에서 자유로워… 사생활 침해 우려
“국가지리(National Geospatial)…, 뭐라고요?”
◆첨단 기술로 지구 곳곳 지리정보 수집·분석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어에는 경비가 유독 삼엄한 시설이 있다. 사람들이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스파이 조직’ NGA의 본거지다.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난 조직이지만, 워싱턴에서 세 번째로 큰 건물을 본부 청사로 쓴다. 140억달러(약 15조6000억원)를 들여 지은 본부는 수송기 2대가 착륙할 정도로 넓은 공간을 갖고 있다. 미 본토 내 100여곳과 해외 약 20곳에 1만45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미 국방부와 국가정보국장(DNI), 의회 감독을 받는다.
1996년에 설립된 NGA의 임무는 정찰과 분석이다. CIA나 국가안보국(NSA)이 적의 기밀을 감청해 정보를 수집한다면, NGA는 하늘에서 촬영한 이미지에서 정보를 얻는다. 하늘에 떠 있는 정찰위성과 무인기가 찍은 수십억 장의 사진을 분석한다. 미국의 영상정보 수집·분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먼 거리에서도 특정 건물 구조는 물론 거주민의 신체적 특징도 알아낼 수 있다. 첨단 센서를 이용해 날씨 변화에 관계없이 이미지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의 ‘아거스(ARGUS)-IS’라는 장비는 18억픽셀(Pixel·주소화될 수 있는 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의 초고해상도 카메라로 지상 6.5㎞ 상공에서 감시할 수 있다. 중소 규모의 도시를 한 번에 정찰하는 임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NGA는 첨단 기술과 장비를 통해 방대한 분량의 지리 관련 데이터와 정보를 만든다. 이 자료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쓰인다.
반면 상업용 위성은 정찰위성보다 품질은 낮으나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빠르게 영상정보를 제공한다. 기존 군사위성의 감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이에 따라 NGA는 민간이 제공하는 우주 기반 감시정보 구매를 늘리고 있다. 물론 NGA의 활동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국 안팎으로 널리 알려진 CIA, NSA 등의 첩보활동은 미 의회나 시민단체가 감시하고 있다. 반면 인지도가 낮고 시민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위성이나 드론을 운용하는 NGA는 시민사회의 감시망이 상대적으로 약해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악의 축’ 빈 라덴 제거·북핵 감시 등에서 활약
NGA는 미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이슈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2011년 미국 특수전부대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NGA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CIA는 당시 빈 라덴의 연락책이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용을 감청해 분석한 자료와 인적 정보를 활용해 은신처로 추정되는 지역을 찾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NGA는 지리정보를 토대로 빈 라덴이 숨어 있을 만한 장소를 좁혔는데,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은신처도 그중 하나였다. NGA는 위성과 무인정찰기가 찍은 사진을 토대로 빈 라덴 은신처의 모형도를 만들어 특수전부대 등에 제공했다. NGA는 은신처에 있는 사람의 숫자와 성별 등 신체 정보도 파악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 행정부의 대응 과정에서도 NGA는 북한 전역을 샅샅이 정찰하며 관련 동향을 추적했다. 미국 유력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는 2018년 7월 미 정보당국이 NGA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평양 산음동 공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1기를 제작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이뤄졌던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NGA의 정보활동은 진가를 발휘했다. 북·미 1차 회담 개최를 앞둔 2018년 5월 트럼프 전 행정부는 북한 내 모든 군사시설에 대해 1년간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NGA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GA는 미국 상업 위성업체들과 함께 1차 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이후부터 2차 회담 개최 직전이었던 2019년 초까지 북한 지역을 철저히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민관 관련 업체들은 많은 열을 방출하는 곳이 북한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 농축 시설로 의심, 감시망을 집중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초에 정찰위성 등을 통해 북한 내 핵 관련 시설로 의심되는 지역을 모두 조사했다”며 “그 기간에 북한은 겨울이었는데 나뭇잎이 없고 눈도 적게 내려 지상시설에 대한 북한의 위장이 취약해졌고, 미공개 시설들이 감시망에 포착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차 회담 결렬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영변 외에도 규모가 매우 큰 핵 시설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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