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러투자 한다면, 현물보다 '채권·ELS' 투자 고려해야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서 달러를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달러 투자에 나서야 할까’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연초 이후 증시의 조정을 겪으며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잠시라도 경험한 투자자라면 고민이 더 깊을 것이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의 ‘보험’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달러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최근의 높은 환율이 달러 투자를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달러 강세 국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위험관리 중 하나는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러 투자는 현물보다 금융투자상품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환차익을 제외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현물과 달리 금융투자상품은 자본 차익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금융투자상품 중에서 최근 달러 채권의 금리와 가격 매력도가 높아졌다. 물가를 억제하려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미 국채 금리도 올라가고 있다. 특히 회사채의 경우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부도율 증가 우려까지 반영되며 가산금리 성격인 스프레드(회사채 금리-국채 금리)가 역사적 수준으로 벌어졌다.
반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투자에 나서기에 매력적인 수준까지 하락했다. 부도율이 낮고 신용도가 높은 투자등급 회사채에 달러로 투자한다면 이자 수익과 함께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투자기간 동안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자본 차익과 환차익의 경우 이자 수익과 달리 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으로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를 상회 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 민감도가 낮은 단기 채권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권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라면 개별 채권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초기 진입 비용이 낮고 분산 투자가 가능한 채권형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를 권한다.
달러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달러 자산의 환전 가격 부담에서 자유롭다. 이 경우 최근 달러 가치의 상승으로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한 위험 자산을 활용해볼 만하다.
달러 ELS(주가연계증권) 투자가 그 좋은 예이다. ELS는 기초 자산으로 설정한 주가 지수나 개별 주식이 하락하는 시기에도 하락폭이 최초 설정된 구간(배리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약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ELS 가운데 노낙인(No Knock-in) 상품의 경우 만기 시점에만 기초 자산의 가격이 설정 구간을 상회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증시 하락의 영향에서 자유롭다. 특히 달러 ELS의 경우 증권사의 헤지 비용 절감으로 대개 원화 ELS보다 금리가 높고 월이자 지급식을 선택하면 매월 이자(쿠폰)를 달러로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초 자산의 극단적인 하락으로 만기 시점에 설정 구간을 밑돌면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과 기업의 위험을 함께 반영하는 개별 종목보다 주가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상품이 나아 보인다.
오늘날의 환율 급등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혹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경제 위기로 옮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외환보유액이 예전의 위기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견조하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특히 원화는 물론 대부분의 주요 통화들이 달러에 대해 상대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고환율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 점도 최근의 환율 상승의 원인이 국내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적인 달러 강세의 여파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로서 시장의 부정적 시각에 사로잡히기보다 달러 강세의 시기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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