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 이태원 참사 후 다시 켜진 5만 촛불…“尹 퇴진” 일부 정치 구호도
삼각지역 앞에선 ‘尹 퇴진 반대’ 맞불 집회 열려…“문재인 땐 뭐 했나”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선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행됐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5만여명의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다만 집회 곳곳에 정치적 구호도 눈에 띄었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윤석열 퇴진", "퇴진이 평화다", "퇴진이 추모다" 등이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이번 참사의 원인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면서 대통령 퇴진을 외쳤고, 반대로 보수단체는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6일 정치권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촛불행동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인원은 5만여명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당초 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주최측 추산 집회 직전인 오후 4시 50분 기준 2만명이 참가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파는 빠르게 늘었다. 집회 장소 인근 인도에도 시민들이 서서 집회를 지켜보거나 지나쳐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3개 차로만 집회를 위해 통제됐지만, 인파가 늘어나면서 세종대로 숭례문교차로~시청교차로 방향 2개 차로를 제외한 전 차로가 통제에 들어갔다.
집회 시작 전 주최 측인 촛불행동은 시청역 7번 출구 앞에 천막 부스를 차리고 오가는 참석자들에게 검은색 근조 리본과 종이컵을 씌운 양초, "퇴진이 평화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나눠줬다. 무료로 LED 양초를 나눠주는 참가자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천막 부스 한편에는 흰 포스트잇에 추모 메시지를 적어 붙이도록 패널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비교적 다양한 나이대의 남녀노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 참석자들도 있었다. 물품을 나눠주는 부스 앞에 20~30명씩 줄이 길어지는 현상도 포착됐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근조'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이태원 희생자를 추모합시다',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퇴진이 추모다'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들었다.
이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 등은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를 중단하라"며 참사의 책임자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다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자의 횡포에 의해 후진국으로 후퇴해서는 안된다"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시각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신자유연대는 삼각지역 인근에서 맞불 성격의 '윤석열 정부 퇴진 반대 및 추모집회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무대에는 "세월호 사고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시스템과 제도 정비 안 하고 뭐했나", "이태원 사고 사망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자"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들은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집회에 참석한 60대 정모씨는 "대통령에게 자꾸 사고 책임을 지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촛불집회에서 온갖 선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추모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이유를 밝히고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그런 추모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죽음을 이용하려는 이들의 작태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진다"며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세력을 반드시 처단해 대한민국을 흔들려는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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