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문화강국 되는 시점에 이태원 비극…삼풍때 아무것도 못배웠나" WP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임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0.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외 언론도 이태원 참사를 주목하면서 다양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떠올리며 "이태원 비극은 한국이 세계 문화 등대(cultural beacon)로 떠오르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WP는 "삼풍 참사는 한국의 경제 급성장 시기에 경종을 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7년 이후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이 참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WP는 "1995년 6월의 무덥고 습한 어느 여름날 한국 경제력 부상을 상징하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면서 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고, 한국의 신흥부국 이미지도 함께 무너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삼풍 참사로 초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무엇을 용인해 왔는지를 마주해야 했다"면서 "사고 여파로 한국에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정부 감독,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등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WP는 이번 참사에 대해 "군중 충돌이 심각해지기 몇시간 전부터 긴급전화가 쇄도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며 "경찰 측은 이태원에 약 10만명 인파가 쏟아질 거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137명 경찰을 배치했다고 비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실수를 인정했고 한국 고위 관리들도 이에 사과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는데 이는 1995년 전임자들이 했던 것과 같다"고 했다.

5일 저녁 제주시청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와 부상자 쾌유를 위한 제주시민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동아시아 역사학 교수는 "이 모든 비극이 얼마나 예방할 수 있었는지를 깨닫는 것은 너무 슬프다"고 했다.

더든 교수는 이태원 참사로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 26명이 희생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한국에는 전 세계인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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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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