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미국 정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상 열어놓도록 권고”
미국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가능성을 열어놓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려놓고, 협상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도록 물밑에서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이 같은 미 정부 관계자들의 요구는 우크라이나를 평화협상으로 직접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동맹국들의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계산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판 여론에 부딪힐 수 있어 이를 감안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WP는 “(미 정부의) 이 같은 논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복잡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현재로서는 평화협상에 대해 진지하지 않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판단에 공감하고 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면적인 협상 거절로 유럽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에서 전쟁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미 정부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로는 우리 동맹국들에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 따른 피로감이 심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0%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만 이처럼 응답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48%는 미국이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관측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에서는 3만여명의 군중들이 로마를 행진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했다. 이번 집회에서 일부 시민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전쟁 지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치 권력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가 속한 우파연합에는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인들이 상당수라 노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성운동 등 의회 내 다른 정당에서도 정부가 평화협상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미 정부 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국에는 전쟁 초기 그가 보인 모습처럼 평화협상을 지지하고, 결국 양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도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현재 보이는 강경한 모습들은 러시아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국민의 여론을 감안한 것이며, 진격이 느려지고 외교적인 해법의 여지가 열리는 겨울이 오기 전 최대한 많은 군사적 이득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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