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대북제재 실패론 고개"…미 정부 안팎 견해 소개
"학계는 중국 제재강화 vs 핵보유 묵인·경제 인센티브"
"단결된 국제합의" 미 정부, 핵보유 인정·제재해제 가능성 배제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북한의 잇따른 도발 속에 미사일·핵개발 억제를 위한 대북한 경제제재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대이란 제재 업무를 담당한 전직 외교관 조지프 디토머스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실패로 규정했다.
디토머스는 "정책 실패다. 세대에 걸친 정책 실패다. 한 세대 전체가 이 업무에 투입됐는데 실패했다"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 무엇을 할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된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발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번 주에 장단거리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며 한국과 한반도 주변국들을 자극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7년 이후 5년간 중단한 핵실험도 적절한 시기를 골라 강행할 것으로 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년부터 북한에 경제적 제재를 부과해왔다. 핵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흘러 들어가는 자금을 끊겠다는 의도였다. 석탄, 철광석, 납, 섬유, 해산물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원유·정유 제품 수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도발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대북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로이터 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대북제재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막지는 못했다는 점은 시인하지만 최소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 고위 관리는 "북한의 프로그램을 막지 못했다는 건 절대적으로 사실이지만 제재가 없었다면 북한은 훨씬 더 나아갔을 것"이라며 "지역 주변국들에, 전 세계에 훨씬 더 위협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대북제재 실패론과 관련한 로이터 통신의 질의에 유엔 안보리 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안보리는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여러 차례 통과시켰다. 모든 회원국이 이 결의안을 준수해야 한다. 각 회원국에 이런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통신은 이 같은 발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그간 대북제재에 미온적 자세를 취해온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책 입안자와 전임자들이 대북제재로 추구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를 담당한 전직 외교관 디토머스는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이제 뭘 해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안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단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지 못하도록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제재를 더 광범위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슈아 스탠턴과 같은 대북제재 전문가들은 북한의 제재회피를 막도록 중국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을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용이하게 하는 중국 대형은행에 제재를 가하는 강력한 선택지가 있다고 지목한다.
스탠턴은 "강제되지 않는 제재는 작동하지 않기 마련인데 미국은 이를 2018년 중반부터 강제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역사적으로 제재가 강력하게 시행되던 시기에 외교를 할 의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심각한 실패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돈을 세탁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은행을 기소하거나 징벌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방안에는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디토마스 전 외교관은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정면충돌하는 것은 가능성은 있지만 위험성이 큰 선택지"라며 중국 대형은행 제재안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전면 지원하기로 하는 등의 더 위험한 시나리오를 위해 아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제재 대신 경제적 인센티브를 동원해 북한을 외교무대로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의 핵 확산억제 관련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의 무장해제가 아닌 다른 것이라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으로 사들일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면적으로 반대했다.
이 관리는 "북한이 핵보유국이 돼서는 안 되고 절대 그렇게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특별하고 강력한 합의"라며 "그 어떤 나라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 정책을 그렇게 변경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제재 유지는 북한에 대한 징벌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단결을 입증하려는 조치이기도 하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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