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 배터리사 중 9개만 산다…K배터리 “IRA 기회 잡는다” [비즈360]

2022. 11. 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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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7TWh
LG엔솔·SK온·삼성SDI 등 9개사가 주도
“현지 공장·공급망 다변화로 IRA 대응”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1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얼티엄셀즈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신규 업체가 등장하는 가운데 상위 업체가 향후 시장을 독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원자재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120개 배터리 업체 중 상위 9개 업체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글로벌 생산능력이 2031년 7TWh를 돌파하리라 예상하면서 상위 9개 업체가 3.5TWh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를 비롯해 중국의 CATL, BYD, 엔비전AESC, 일본 파나소닉 등이 상위 업체에 해당한다. 중국 1위 업체인 CATL은 막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올해 1~9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5.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는 향후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가형 전기차에 집중돼 있다는 점과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전략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IRA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회로 보고 시장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3사는 일제히 IRA를 ‘기회’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발효된 IRA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제조할 경우 세액공제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종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보조금,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시 세금 감면 혜택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테네시주 공장 건설 모습. [블루오벌SK 제공]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IRA, 최근 유럽의 여러 규제를 보면서 새삼 실감하는 것은 역시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갖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에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와 북미에 대규모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GM과 지은 합작 1공장은 내년부터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 공장 투자 역시 병행하고 있다.

이 전무는 “배터리 생산 현지화를 통한 세액공제가 KWh당 35달러인데, 매우 큰 금액”이라며 “최대한 수혜를 확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광물 원재료를 미국 및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조건 충족을 위한 현지화에도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밝혔다. 원가 비중이 큰 양극재와 현지화가 용이한 전해액의 경우 먼저 현지화하고, 협력사와의 현지 공장 증설 협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현지화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류진숙 SK온 배터리경영전략실장 역시 컨퍼런스콜에서 “IRA 발표 전에도 소재-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추진 중으로, 이미 준비한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아직 구체적인 세칙이 나오지 않았지만, 거시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진입제한 효과가 있는 데다 미국 내 수요를 진작시킬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SK온은 포드와 미국에 3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포드와 양극재 합작사 설립도 발표했다. 호주 글로벌리튬사와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삼성SDI 헝가리 괴드 공장. [삼성SDI 제공]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도 IRA와 관련해 “미국의 친환경 정책이 가속화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SDI는 핵심 광물 조건의 경우 내년부터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광물을 활용해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5년부터는 우려 국가의 광물 사용이 전면 배제되는 만큼,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을 통해 처음으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설립 중이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현지 생산 시설에 대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외 추가적인 합작사 설립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손 부사장은 “현재 미국 진출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회사 외 확정된 것은 없지만, IRA 구체 실행 내용을 확인하면서 사업 전략을 고려하고,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지 공장 증설,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외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1위(29.5%), SK온은 4위(14.7%), 삼성SDI(11.4%)는 5위를 기록했다. 3사의 합산 점유율은 55.6%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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