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침묵 깬 이준석...그의 다음 행보는?
‘잠행’ 중이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태원 참사’ 대책을 제시하며 그간의 침묵을 깼다. 가처분 소송 기각과 당 중앙윤리위원회 추가 징계 이후 자취를 감춘 이 전 대표는 책 집필 등 개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이 전 대표 측근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책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책 집필 중인데, 거의 다 쓰신 걸로 알고 있다”며 “정당 개혁과 관련된 책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출판 시기와 관련해선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 쓰긴 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측근은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을 연 이 전 대표가 추가로 내놓은 메시지는 없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것은 없다”면서 “아무래도 지금 상황 자체가 본인이 법적으로 다퉈야 할 것도 있는 상황이라 조용히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때 당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하며 극렬하게 공세전을 펼친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인용 취소와 윤리위의 추가 징계 처분을 기점으로 종적을 감췄다. 사실상 당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이 전 대표는 더 이상의 정치적 대결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침묵을 지키던 이 전 대표가 최근 입을 뗀 건 지난달 13일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무고 혐의 사건을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자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18일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이번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 대책 4가지’를 제언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 노선은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으로 무정차 운행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밀집된 지역에는 고출력, 고성능 스피커로 PA(Public Address) 시스템을 CCTV가 설치된 기둥마다 더해 설치해야 한다”, “경비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찰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용산기지가 반환이 완료되면 녹사평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인근은 세종로 지하주차장처럼 대규모 지하주차장으로 공간을 할당해서 개발해야 한다” 등을 의견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이 전 대표와 평소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와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과 함께 “살 빠졌네”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당대표’, ‘저탄고지의화신’이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전날인 24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를 보좌한 김철근 전 대표정무실장이 경찰로부터 불송치(혐의없음) 결정 통지를 받은 것에 대해 “윤리위는 경찰의 수사 결과도 무시하고 있다. 참으로 윤리위의 세상, 윤리위 유니버스”라고 직격한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4가지 제언한 것에 대해 “지금 (이 전 대표가) 나설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저는 이 전 대표가 그렇게 안전 문제 전문가인지 줄 몰랐다”며 비꼬았다.
그는 “이렇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정치인들이 좀 가만히 있으면 어떨까”라며 “아직 지금 나설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날을 세웠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