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호텔 현대’ 옆에 아이오닉5가 왜 서 있지?
현대차는 지난달 19일부터 5일까지 영국 에식스주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3대를 전력원으로 가동하는 ‘호텔 현대’를 열었다고 6일 밝혔다. 아이오닉 3대 중 1대는 이 콘셉트 호텔의 거주 공간, 1대는 식사를 위한 조리 공간, 1대는 야외 영화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틀 운영 후 체크 아웃과 체크인 사이 다시 아이오닉5를 충전하는 방식을 사용해 호텔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아이오닉5에서만 충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력 공급은 양방향 충전 기술(V2G)을 활용한 것이다. 기존에 충전만 가능했던 전기차 배터리를 방전도 가능하도록 해 쓰고 남은 전기를 집이나 건물 등에 공급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에너지 수요가 적은 때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수요가 많은 때 전기차에 남은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판매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자연 재해로 정전이 많은 미국이나 일본, 에너지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서 V2G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아이오닉 5의 배터리 용량은 77.4 kWh(킬로와트시)다. 우리나라 가구당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230kWh 가량 임을 감안하면, 전기차 1대가 일반 가정에서 10일 가량 쓸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하는 셈이다. 실제 아이오닉 3대로 이뤄진 호텔 현대의 운영은 단 한번의 정전 없이 매끄럽게 이뤄졌다고 한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는 오로지 주행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설계 돼 왔다. 전력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V2G 기술의 핵심은 이를 전력 손실 없이 역전송해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다. 아이오닉5의 경우 별도의 컨버터를 거칠 필요 없이 교류 전원이 충전구를 통해 나올 수 있게 설계 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5는 최대 3.6㎾의 전력을 제공한다”며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고압 배터리에서 직접 전원을 끌어와 전력을 내보낼 수 있다”고 했다.
2017년 현대모비스가 V2G 기술이 들어간 전기 충전기를 내놓는 등 현대차그룹은 이 분야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단순히 전류를 거꾸로 보내는 것 뿐 아니라 전력 손실을 없애고 전압, 전류 부하, 온도 등 제어·관리, 통신 기술을 통한 인터페이스 연결 등 V2G 상용화를 위해선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최근 네덜란드 차량 공유 업체 위드라이브솔라와 함께 위트레흐트시 카르테시우스 뉴타운 지구에 아이오닉 25대를 활용해 2600가구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차 뿐 아니라 다양한 완성차, 충전 업체들도 V2G 기술에 관심이 크다. 특히 미국은 지진, 산불, 허리케인 등으로 인구 1명당 연평균 8시간 정전을 겪는다. 이런 경우 전기차가 비상용 발전기 역할을 할 수 있다. 포드와 GM은 전기 픽업트럭에 V2G 기술을 적용했고,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차량이 학생을 운송하지 않을 때 학교의 예비전력 장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V2G 기능이 탑재된 전기 스쿨버스를 출시했다.
볼보도 최근 양방향 충전 기술이 적용된 SUV EX90을 공개했다. 볼보 전기화 에코 시스템 책임자인 올리비에 뢰델은 “양방향 충전을 통해 외출할 때 전기 자전거를 충전하는 것부터 주말 캠핑 여행을 위해 야외 조리 기구를 연결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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