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봉보다 낫네”…10억 넣고 5500만원 이자받는 ‘찐부자’ 늘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한달 새 47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이자수익으로만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얻을 수 있게 되자, 10억원 넘는 고액 예금잔액은 800조원에 육박했다. 여유자금 격차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향후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 2276억원으로 9월 말보다 47조 7231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5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은 32조 5000억원 늘어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10월 들어 5대 은행에서만 정기예금이 47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증가 폭은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뭉칫돈이 있는 ‘찐부자’에게는 요즘이 재테크 봄날이다. 주식이나 코인처럼 원금 손실 우려도 없고 6%대 이자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올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한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71조6800억원(10%)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10억원 넘는 고액 계좌가 1년 새 1만개나 늘었다.
특히, 10억원 초과 고액계좌 중 정기예금의 급증세도 돋보인다. 정기예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528조9780억원으로 전년 말(509조8150억원)과 비교해 3.8% 증가했다.
이에 반해 법인·개인기업의 일시 여유자금을 예치하는 기업 자유예금은 같은 기간 234조7850억원에서 237조3960억원으로 1.1% 늘어나는데 불과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4.71%로 올라섰다. 한 은행은 특판으로 자사 PB 고객에 한해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연 4.8%로 제공하기도 했다. 더욱이 일부 저축은행에선 조건없는 최고 연 6.5% 예금도 나왔다. 10억원을 넣으면 세후 이자만 5500만원 정도다. 어지간한 직장인 1년치 연봉보다 많은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 불안에 따라 각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앞다퉈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 같다”면서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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