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미국 빅테크 실적 충격에 집중 순매수

메타·알파벳, 3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 급락하자 서학개미 ‘줍줍’
”저가 매수보다 펀더멘털 분석해야”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의미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3분기 실적 발표 주간에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빅테크 기업이 시장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0월 28일∼11월 3일)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1위 종목은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메타 플랫폼 Class A’를 약 2636만달러(한화 약 37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정보포털 결제내역은 해당일 3일 전의 미국 주식 매매거래를 반영한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주간에 이뤄진 매매거래는 28일 결제내역부터 반영된다.

메타는 올해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7∼9월 매출은 277억1000만달러(약 39조3482억원), 순이익은 44억달러(약 6조2480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이 92억달러(약 13조원)와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가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메타 플랫폼 CLASS A’는 종가 기준으로 137.51달러에서 95.2달러로 30.77%가량 하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대거 사들였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은 690억9000만달러(약 99조5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실적이 부진하자 알파벳 주가는 지난달 25일 104.48달러에서 이달 1일 90.47달러로 13.41% 급락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들은 의결권이 있는 ‘알파벳 Class A’ 순매수액은 약 1507만달러(약 213억원), 의결권이 없는 ‘알파벳 Class C’는 409만달러(약 58억원)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 거시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어서다. 사업부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판단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타 주가 하락은 거시경제 환경 영향도 있지만, 높은 광고 비중과 플랫폼 간 경쟁 심화,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 이슈 등 여러 가지가 뒤섞인 복합적인 문제”라며 “기업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고점 대비 많이 빠졌으니 사자’라는 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운에 배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