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신장은 '잠깐' 실리는 '가득'…숄츠 12시간 방문에 中도 만족

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2022. 11. 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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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독일 숄츠 총리 12시간 중국 방문
EU 내부 비판 불구 중국이 원하던 멘트 날려
"자유무역 지지, 디커플링 반대"
대만·신장 문제 잠깐 언급…하나의 중국 지지
중국 에어버스 140대 구매 계약으로 화답
시진핑 유라시아에서 핵무기 사용 반대 첫 언급
푸틴에 레드라인 넘지 말라는 메시지
중 관영 매체 숄츠 방중 결과 긍정 평가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오른쪽)과 숄츠.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무박 1일 일정으로 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내년 초 퇴임하는 리커창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12시간 만에 돌아갔다.

숄츠 총리의 방중은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뒤 응우옌 푸 쫑 서기장에 이은 두번째 방문이자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럽국가 정상의 첫 방중이다. .

중국으로서는 시 주석 3연임에 대한 서방 세계의 비판이 큰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의 지도적 국가이자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 총리의 방문을 적극 반겼다.

전략 경쟁 상대인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유럽 및 EU 국가들과 관계를 원활하게 가져가야 하지만 지난해 연말 극적으로 타결된 중-EU 투자 협정이 유럽의회 의원 등에 대한 제재 문제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와 함께 EU를 이끄는 독일 정상의 방문은 대내적으로나 대회적으로나 활용가치가 충분했다.

시 주석은 이날 숄츠 총리와 회담에서 "중국은 항상 유럽을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간주하고 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하며 유럽의 안정과 번영을 바란다"며 "중국과 유럽 관계가 서로 대립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제약을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이 신 에너지, 인공지능, 디지털화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협력에 활력을 불어넣고, 녹색 발전, 환경보호 등 영역에서 인적 교류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독일도 중국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 양국 협력의 성과가 양국 국민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중국은 독일과 유럽의 중요한 경제 및 무역 파트너"라며 "독일은 무역 자유화를 확고히 지지하고 경제 글로벌화를 지지하며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반대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중·독 정상회담. 연합뉴스


디커플링은 서방국가들과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여기에 반대한다는 말은 시 주석이 숄츠 총리로부터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 하나였다.

중국은 EU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고 독일에게는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국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디커플링 반대는 중국은 물론 독일에게도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에 화학 기업인 바스프와 자동차기업인 폴크스바겐 등 12개 기업 총수들이 동행한 것은 중국과 독일의 심화된 경제 관계를 보여준다.

중국은 숄츠 총리의 방중에 맞춰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여객기 140대 구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유럽연합에 큰 선물을 안겼다.

중국이 구매 계약한 여객기는 A320 132대와 A350 8대로, 계약액은 170억달러(약 24조550억원)다.

앞서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국제항공 등은 지난 7월 A320 292대를 372억달러(약 52조6천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9월에는 남방항공 계열사인 샤먼항공이 A320 네오패밀리 항공기 40대(약 6조8천억원)를 주문했다.

중국의 에어버스 주문은 경쟁사인 보잉사를 배제함으로써 미국에게 자신들과 관계를 멀리하면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메시지를 주는 의미가 있다.

숄츠 총리가 중국에 듣기 좋은 말만 한 것은 아니다.

숄츠 총리는 리커창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만에 대한 어떠한 현상 변경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상호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일을 명분으로 한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의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인권은 보편적이며 이는 특히 소수자의 권리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경청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시 주석이 숄츠 총리와 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핵무기 위협을 거부하고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핵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는 EU 국가들은 러시아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푸틴에 압박을 가해 줄 것을 원했는데 시 주석이 이를 어느 정도 들어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체로 숄츠 총리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자 사설에서 숄츠 총리의 방중은 20차 당 대회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럽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라며 중국과 독일·EU간 고위급 교류가 재개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과 독일이 많은 공통된 견해를 표명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사회민주당 중심의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에서도 대중국 정책이 전임자인 앙겔라 메르켈 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신문은 "독일은 47년 연속으로 유럽내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고, 지난해 양자 무역은 22.5%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2천억 달러를 돌파했다"며 "세계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중국을 디커플링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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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ahn8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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