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풍 또 분다…금융CEO 인사 앞두고 '외압·낙하산' 논란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두고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 온 정치적 외풍에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다. 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76)이 임기를 5개월 앞두고 자진 사임한 데 이어 BNK금융 이사회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외부 인사도 제한 없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넣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외압이 작용하는 고질이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K금융이 2018년 개정한 최고경영자경영승계규정에 따르면 차기 회장은 지주 사내이사, 지주 업무집행책임자(사장 이상), 자회사 대표 중에서 선임할 수 있다. 외부 출신인 김 회장 선임 당시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확산하자 이후 CEO 승계 후보군을 현직 사장급 이상 임원으로 규정해 사실상 내부승계 원칙을 세운 것이다.
BNK금융은 다만 예외 조항으로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 시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키는 등의 이유로 외부 영입이 필요하다고 이사회에서 인정하면 외부 인사, 퇴임 임원 등을 제한적으로 후보군에 추가할 수 있다'는 하위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를 전후해 정치권에서 BNK금융의 폐쇄적인 인사시스템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국정감사 직후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서고 지난달말 BNK금융 이사회에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계열사 CEO로 국한한 승계 계획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압박 강도가 커졌다.
결국 BNK금융 이사회는 외부 인사의 차기 회장 선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손질해 내부 인사와 동등하게 문호를 개방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BNK금융 소속 노동조합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앉히려는 외풍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부승계 규정을 바꾼 이후 아무런 지적과 문제제기가 없던 금융당국이 4년 만에 지배구조 폐쇄성을 언급하는 건 낙하산 인사를 꽂기 위한 기획된 움직임이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BNK금융 차기 회장 외부 후보군으로 부산 출신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과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62), 박영빈(68)·손교덕(62) 전 경남은행장 등 전직 BNK금융그룹 계열 은행장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린다. 여권 핵심 실세 의원들과 금융권 원로격인 전직 금융그룹 CEO가 특정인을 각각 민다는 풍문도 파다하다. 내부 인사 중에선 안감찬 부산은행장(59)과 이두호 BNK캐피탈 사장(65)이 후보로 꼽힌다.
특히 다음달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1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가 멈췄던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제재 안건에 대한 본격 심리에 돌입하자 배경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감을 전후해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한 출처 불명의 지라시(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 전직 고위 임원들과 경제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직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대주주) 없는 금융회사들이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더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민간 금융사 CEO 교체 시기나 정권 교체기마다 외압과 정치적 줄대기가 횡행하는 구태가 어김없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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