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11시간 머문 숄츠… 비판 등 후폭풍은 '역대급'

김태훈 2022. 11. 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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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겨우 11시간 체류했을 뿐이지만 그 여파는 좀처럼 가라않지 않고 되레 확산하는 모습이다.

유럽의회 내부에선 "숄츠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EU 집행위원회나 이사회 차원에서의 대중정책 조율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동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이 독일에 항의하고 나서는 등 EU의 분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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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경제사절단 동행이 '中 유착' 지적 자초
연립정부 참여 공동 여당에선 '총리 마음대로…'
中 인권 거론했다지만… 전문가들 "생색내기용"
독일의 '자국 우선주의'에 위태로워진 EU 단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겨우 11시간 체류했을 뿐이지만 그 여파는 좀처럼 가라않지 않고 되레 확산하는 모습이다. 독일 국내에선 연립정부에 참여 중인 공동 여당과의 정책 조율이 부족했던 점, 그리고 중국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에선 독일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EU 차원의 공조 대신 독자 노선을 모색할 것이란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연립정부 참여 공동 여당에선 '총리 마음대로…'

5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는 숄츠 총리의 방중을 두고 “독일 정부의 전략에 어긋나는 동시에 EU의 통합을 위태롭게 했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숄츠 총리는 지난 4일 베이징을 방문해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퇴임을 앞둔 리커창 총리 등과 만나 대화했다. 중국의 일명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행사는 최소화됐고, 베를린에서 출발해 그 먼 거리를 비행한 숄츠 총리가 베이징에 머문 시간은 고작 11시간에 불과했다. 정작 숄츠 촐리보다는 그와 동행한 폭스바겐, 바스프(BASF), 지멘스, 도이체방크, BMW, 머크 등 독일 유수의 대기업 대표들한테 더 눈길이 쏠렸다. 이번 방중의 목적이 ‘경제’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DW에 따르면 연립여당 가운데 녹색당을 이끄는 안나레나 배어복 외교장관은 앞서 중국에 대한 독일 경제의 높은 의존도를 경고했다. 숄츠 총리의 방중에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연립여당 중 의석이 가장 많은 사민당 소속의 숄츠 총리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논의하고 싶다”는 말로 이를 무시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리 총리는 중국 차기 최고지도부에서 빠져 곧 은퇴할 예정이다. 베이징=AP연합뉴스
◆中 인권 거론했다지만… 전문가들 "생색내기용"

배어복 장관은 최근 함부르크 항구 터미널에 대한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의 지분 참여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놓고서도 숄츠 총리와 견해차를 드러냈다. 숄츠 총리는 배어복 장관 등 일부 각료의 반대에도 COSCO 지분의 상향조정을 밀어붙였다. 일각에선 숄츠 총리의 방중 이후 연립정부 내에서 통일된 대중(對中)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독일 시민단체에선 숄츠 총리가 중국을 상대로 인권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물론 숄츠 총리는 정상회담 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며 “중국 지도자들에게 신장위구르 등 중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 문제 전문가들은 “애초에 인권 문제는 회담의 주요 의제도 아니었다”며 “숄츠 총리의 말은 그냥 ‘할 일은 다했다’는 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티엔안먼 광장 앞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독일 국기(왼쪽)가 중국 국기와 나란히 내걸려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독일의 '자국 우선주의'에 위태로워진 EU 단결

더 심각한 문제는 EU의 균열 가능성이다. 최근 EU 이사회는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EU 차원의 통일된 대중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EU 회원국들을 1대1로 상대하며 ‘각개격파’하는 식의 접근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진 직후 숄츠 총리는 기업인들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으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아냄으로써 EU 다른 회원국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프랑스와 더불어 EU를 이끄는 독일이 노골적인 ‘자국 우선주의’ 행보를 보인 셈이다. 유럽의회 내부에선 “숄츠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EU 집행위원회나 이사회 차원에서의 대중정책 조율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시달리는 동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이 독일에 항의하고 나서는 등 EU의 분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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