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빠꾸’ 김승기 감독, KBL판 찰스 바클리?

김종수 2022. 11.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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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은퇴한 국내 농구인들은 NBA처럼 화제성 혹은 가십성 발언을 잘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부터 궁금한 것이 생겼다. 포탈 등에서 NBA 관련 뉴스 등을 볼 때면 은퇴한 농구인들이 내뱉은 말이 자주 화제 선상에 올라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같은 한마디는 커뮤니티나 팬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스레 인기 활성화에도 한몫하는 모습이다.


정말 간혹 빼고는 특별할 것도 없다. ‘내 생각에는 현재 이 선수보다 이 선수가 더 나은 것 같다’, ‘이 선수는 이것을 고쳐야 한다’, ‘우리 때는 저러면 정말 혼났다’, ‘내가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슈터는 바로 이 선수다’, ‘내 마음속 베스트 5는 이렇게 된다’ 등 농구에 관해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정도의 발언들이다. 큰 내용은 없지만 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이들이 뱉은 말이기에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은퇴한 국내 농구인들도 스스로 저런 말들을 꺼내고, 언론에서는 열심히 다루고해서 KBL 관련 화제 거리 등도 스스로 생겨나고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NBA 관련 독설가들처럼 특정 구단이나 누구 혹은 상황에 따라서는 단체까지도 물고 뜯는 싸움닭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난 이 선수가 과거 모 선배보다 더 슛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역대 포지션별 베스트5는 이렇게 된다’, ‘내가 지금 시대에 들어와서 뛰어도 지금 저 선수보다는 잘할 수 있다’ 등 재미 삼아 할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화제 거리가 적은 KBL에서 이렇게라도 이름값 있는 농구인들이 나선다면 인기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맨 위에 언급한 질문을 은퇴한 스타 출신 인물에게 던져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단순했다. ‘욕먹기 싫으니까요’ 재미있는 말이나 주제를 던져 이슈가 되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만 그러다 잘못되어 특정 부분을 건드리게 되면 농구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너나 잘하세요. 당신은 그렇게 했습니까?’ 등의 반응으로 인해 상처 받는게 두렵다고 했다.


일단 NBA같은 경우는 그렇게 주고받고 화제가 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정착이 됐다. 반면 국내 농구계 쪽에서는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물론 계속 반복되다보면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겠지만 구태여 ‘내가 총대를 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더욱이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은퇴한 선수 출신 대부분은 선후배간 규율이 엄격한 시대를 살아왔다. 

 


아무리 시대가 지났어도 선배들을 언급하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 자신과 예전 선배의 기량 비교를 물어올 경우 NBA같은 경우 ‘난 자신있다’, ‘이런 부분은 선배가 낫지만 이쪽은 내가 낫다고 생각한다’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으나 국내같은 경우 ‘그 선배는 정말 대단했다. 나같은 것은 상대도 안된다’며 손사레를 치는 것이 모범답안에 가깝다.


또 아무리 현역이 아니라 해도 재미있게 뱉은 가십성 말 한마디로 이미지를 망치면 이후 농구관련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실제로 ‘농구人터뷰’를 연재하다보면 별다른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멘트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잘 써달라’고 거듭거듭 추후 연락을 하거나 ‘최대한 나를 낮춰서 글을 써주세요. 다른 사람은 절대 낮추면 안됩니다’라고 부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현 고양 캐롯 김승기 감독은 국내 농구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다. 이른바 야인 신분으로 있는 농구인들도 말 한마디에 조심하는 상황에서 현역 프로 사령탑으로서 자신의 감정이나 소신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일각에서는 호불호도 갈리지만 무엇보다 성적으로서 결과를 내고 있는지라 더욱 존재감이 빛난다는 평가다.


중앙대 시절 그는 ‘터보가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번으로서 시야, 게임리딩, 패싱 테크닉 등은 다소 아쉬웠지만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강한 힘, 빠른발, 과감한 슈팅력 등을 앞세워 공격형 단신 가드(182cm)로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호리호리한 가드가 많던 시절 탄탄한 체격과 파워는 그의 최대 경쟁력이었다. 리더십도 빼어나서 동료들을 아우르고 이끄는 모습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프로에 와서는 대학 시절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으나 1, 2번을 모두 커버하는 듀얼가드 스타일로 9시즌 동안 주전급 식스맨으로 쏠쏠한 역할을 펼쳤다. 특히 파이팅이 워낙 좋아서 승부가 이미 결정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공수에 임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지도자로서의 그는 선수 시절보다 훨씬 성공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 감독들이 줄줄이 실패의 아픔을 맛보는 가운데 KGC에서만 두차례 우승을 만들어내며 명장 대열에 들어섰다. 2016~17시즌 통합우승, 2020~21시즌 플레이오프 전승우승이라는 대기록까지 만들어냈다. 비록 현재는 캐롯으로 이적했지만 KGC가 좋은 성적을 내는 배경에는 김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놓은 이유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전에도 김 감독은 언행의 세기가 강한 편이기는 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감독들과 비교해 과감한 발언도 자주 내뱉었으며 감정 표현에도 솔직한 모습을 종종 드러냈다. 올시즌에는 그 정도가 좀 더 올라갔다. 최근 맘먹고 친정팀 KGC에 대한 저격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첫 맞대결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난 잘렸는데, 무슨 말을 하겠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을 비롯 경기가 끝난 뒤에는 "(KGC 구단이) 그 흔한 홍삼 음료 하나도 주지 않고 거지 같다"고 특유의 직설화법을 쏟아냈다.


KGC 감독 시절 겪었던 이런저런 서운함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캐롯과의 신규 라이벌전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도 “가급적 전 구단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하지만 설사 라이벌 혹은 그 이상의 관계로 번져서 화제가 되도 상관없다. 리그에 이런 이슈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 뿐 아니라 특유의 신념도 배경으로 깔려있음을 알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감독들이 좀더 오버해서라도 이슈를 만들어내야 팬들도 더 관심을 가지고 농구 인기가 올라가지 않겠냐. 그러다가 욕먹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쁜 쪽으로의 이슈만 아니면 선을 넘지 않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속내가 느껴진다.


이런 김감독의 모습에서 “찰스 바클리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팬들도 많다. NBA 레전드 바클리는 은퇴 후 해설가로서 맹활약중인데 특유의 입담을 살려 코트 안팎에서 화제가 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위트있는 말로 웃게도 하지만 수위높은 독설도 서슴치 않으며 때로는 현역 선수들과 논쟁도 종종 붙는 모습이다.


거기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김감독 또한 KBL무대서는 매우 드문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본인 또한 자신을 좋지않게 보는 이들의 의견에 대해 들어 알고 있을 것이지만 좋게 말하면 소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인 부분을 꺾지 않고 있다. 호불호를 떠나 현재 농구판에 꼭 필요한 인물임은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백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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