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강경대응에 절박해진 北?… 나흘 간 미사일 30여발 쏴

허고운 기자 2022. 11. 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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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완충구역 포격·공중 무력시위 등으로 도발 형태도 다양화
내부적으론 '군사력 소모' 부담됐을 수도… 주민엔 공개 안 해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올해 들어 전례 없이 높은 빈도로 탄도미사일을 쏘고 있다. 게다가 동·서해상 '해상 완충구역'을 향한 포탄 사격, 대규모 공중 무력시위 등으로 도발 양태를 다양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힘에 의한 평화' '핵사용시 김정은 정권 종말' 등을 얘기하며 대북 압박을 강화해온 한미에 북한이 나름 '절박감'을 표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5일 오전 11시32~59분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쏜 SRBM의 비행거리는 약 130㎞, 정점고도는 20여㎞, 최고속도는 마하5(초속 1.7㎞) 수준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지점으로 택한 동림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약 20㎞ 거리에 있는 접경지다. 북한이 이처럼 중국과 가까운 곳에서, 그것도 동해가 아닌 서해로 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4일엔 오전 11시~오후 3시 무렵 우리 군이 설정한 '전술조치선'(TAL) 이북 내륙과 동·서해 상공 등 다수 지역에서 전투기·폭격기 등을 동원한 공중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 군은 4시간 동안 북한 군용기 비행 항적(航跡·track) 180여개를 식별했다. 우리 군은 북한 전투기·폭격기가 각각 사격·폭격 등 공대지 활동도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최근 도발, 특히 공중훈련은 한미 공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대규모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맞대응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비질런트 스톰엔 우리 공군 F-15K, F-35A, KF-16 등 140여대와 미군 F-35B, EA-18 등 100여대를 합쳐 240여대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당초 이달 4일까지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훈련 개시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무력도발이 계속되면서 하루 더 연장됐다. 우리 측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특히 훈련 마지막날인 5일엔 태평양 괌에 배치돼 있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까지 합류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도 한층 더 높아졌다,.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5일 한반도 상공에 전개돼 미측 F-16 전투기 4대, 우리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4대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합참 제공) 2022.11.5/뉴스1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 비질런트 스톰에 대항하기 위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상당한 규모의 군사력을 소모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 기간 중이던 지난 2~5일에만 ICBM·SRBM과 대공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30발 넘게 동·서해상에 쐈다. 해상 완충구역에 퍼부은 포탄도 최소 100여발에 이른다. 또 다수의 공중 전력을 띄워 훈련을 하려면 그만큼 연료도 많이 소모해야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국민의힘) 간사인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비질런트 스톰 기간 동안 "하루 1000억원가량의 미사일을 쏜 셈"이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북한은 주요 무기체계의 연구·개발과정에서 미사일 등을 쏘고 그 성과를 과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도발 그 자체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북한이 이달 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SRBM 3발 가운데 1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에 떨어지기도 했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57㎞, 울릉도로부터 서북쪽으로 167㎞ 거리 해상이다. 당시 우리 군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에 근접해 북한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10월 중순부턴 '동·서해 완충구역'을 향한 포격 등 2018년 '9·19군사합의' 위반 행위를 10번 넘게 저질렀다. '해상 완충구역'은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동·서해 접경지 수역 일대에서 설정한 것으로서 이곳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다 중화기 사격을 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9·19합의 위반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우리 군에도 9·19합의 위반을 유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핵능력을 제외하곤 우리 군에 비해 군사적 역량이 떨어지는 북한이 '보여주기식' 도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달 8일 실시한 북한군의 대규모 항공공격종합훈련이 대표적이다. 당시 북한은 전투기 등 군용기 150여대가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 주장대로라면 현재 가용 가능한 군용기 대부분을 훈련에 동원했단 얘기가 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0월 6~8일 실시한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들과 공군 비행대들의 화력 타격 훈련;'.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군 소식통은 "당시 훈련은 미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동해상에서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벌인 것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무리해서 뭔가 보여주려고 했겠지만 공중전력은 한미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앞서 9월 말 세계적으로 실전배치 사례가 없는 '저수지 수중 미사일 발사'를 선보인 데 대해서도 "전술적 가치보다는 과시성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겨울엔 저수지가 얼어붙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의 미사일 발사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당시 브리핑에서 북한의 저수지 발사 방식은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달 3일 오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개최를 앞두고 동해상을 향해 SRBM 3발을 쐈을 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SRBM이 아닌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구형 '스커드' 계열 미사일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9월 말~10월 초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진행된 이른바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을 제외하곤 자신들의 무력도발 상황을 주민들에겐 함구하고 있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경고성·비난성 담화나 성명 또한 북한 주민들이 보는 내부용 매체인 노동신문엔 실리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앞으로도 당분간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ICBM의 추가 시험발사나 제7차 핵실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북한군이 최근 다양한 병종(兵種)에서 다양한 형태의 군사 활동을 보여왔다"며 "(군은) 이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를 지켜보며 향후 전략적 도발과 전술적 도발 수위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에) 단호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대외 메시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북한에게도 퇴로는 열어줘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며 우리 군이 한반도 긴장수위를 과도하게 높이진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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