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회복, 간절히 소망하며 냉정하게 대비하자[김세훈의 스포츠IN]
손흥민(30·토트넘)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았다. 평가는 “성공적”이다. 부상에도 손흥민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게 분명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달릴 수 있는’ 손흥민을 빼놓을 리 없다. 중요한 것은 손흥민이 컨디션을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다. 지금까지는 “수술은 잘 됐다. 월드컵 출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의 월드컵 출전 의지는 높다”는 토트넘 발표 정도가 정확한 상태다. 안타깝지만 수술 후 회복이 잘 된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골절된 부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안면 신경과 근육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한 뒤에야 뛸 수도 있고 슈팅도 할 수 있다.
안와골절은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또 충돌하면 다시 다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비수와 거친 몸싸움, 빡빡한 경합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본능적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수비수도 손흥민 부상을 이용할 것이다. 얼굴을 가격할 수는 없지만, 얼굴 부위를 부딪칠 수 있다는 경고처럼 거친 몸싸움을 걸면서 손흥민을 위협할 것이다. 마스크가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많다. 심리적, 신체적으로 불안한 손흥민이 자기 기량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코칭 스태프는 손흥민을 월드컵 멤버에 포함하는 게 맞을지, 맞다면, 얼마나 어떻게 그를 써야 할지를 심도있고 냉정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손흥민이 부진할 때를 대비해 다른 공격진 조합도 마련하고 실험해야 한다. 손흥민처럼 역습에 특화한 공격수도 추가로 뽑아야 할 수도 있다. 팬들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게 코칭스태프가 해야하는 의무다.
한국은 조만간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손흥민이 포함될 가능성은 100%다. 손흥민은 카타르에서 진행되는 대표팀 훈련에 다소 늦게 합류할 것이다. 이후 손흥민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자기 부상이 대표팀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웃는 얼굴, 긍정 발언도 유지할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축구 선수로서는 최대 꿈인 동시에 큰 부담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부진한 선수들이 상당 기간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은 것을 수차례 지켜봤다. 대표팀 간판선수라면 더욱 그랬다. 손흥민은 누가 뭐래도 한국 전력의 주춧돌이고 기둥이다. 그가 없이 월드컵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 하기 힘들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기에 월드컵 출전 자체를 넘어 무리해서라도 많이 뛰려고 할 것이다.
한국은 오는 24일 우루과이와 1차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아마 선발로 나설 것이다. 손흥민도 출전을 원할 것이다. 게다가 우루과이전은 두말이 필요 없이 월드컵 운명을 가를 가장 중요한 경기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그동안 베스트 11을 무리해서라도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로 뛰게 한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뺄 것 같지는 않다. 축구팬 모두 손흥민이 골을 넣고 한국이 이기기를 바라지만, 그에 앞서 손흥민이 다치지 않는 게 가장 큰 소망일 게다. 16강 진출을 향한 강한 열망보다는 손흥민 미래를 위한 냉정한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시 다치지 말아야 월드컵에서든, 이후 리그에서든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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