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밴드 설 “첫 정규 앨범, 새로운 도약판이죠”
밴드 설(SURL·설호승 이한빈 오명석 김도연)이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 ‘오브 어스(of us)’를 발표했다.
설은 지난달 25일 첫 번째 정규 앨범 ‘오브 어스’를 공개했다. 2018년 데뷔 후 처음 내놓는 정규 앨범인 만큼 지난 4년간 펼쳐온 설의 음악 여정을 집약한 곡들로 채워진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에브리 데이(Every Day)’, ‘왓 타임 이즈 잇 나우?(WHAT TIME IS IT NOW?)’를 포함한 총 10개 트랙이 수록됐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작업했어요. 밴드 극초창기 만든 데모에서 발전된 곡도 수록됐고, 지난해 말에 만든 곡도 포함됐죠. 설이 지난 4년간 해온 걸 쌓아놓은 집합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이한빈)
“사실 조금 더 일찍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코로나 시기엔 좋은 활동을 못 할 것 같아서 조금 미루게 됐어요. 원랜 올해 중반기엔 내려 했는데 여러 일정들로 인해 시기를 좀 미루게 됐죠.”(설호승)
최근 소속사 MPMG 사무실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설은 첫 정규 앨범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여과없이 풀어냈다.
앨범명 ‘오브 어스’에 대해 설호승은 “이전 앨범들은 우리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참고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설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 채웠다. 이게 진짜 우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의 종점이지만, 또 다음을 시작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단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있는 것들, 20대 초중반에 느낄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담으려 했어요. 보통 다른 분들은 20대 하면 신나고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느꼈을 때는 염세적인 것도 있고 불안감도 있고 모든 걸 통틀어서 사람들에게 들려드리려고 했죠.”(설호승)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앨범 아트워크는 지금까지 내놓은 EP와 싱글 아트워크들과 연결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오명석은 “그동안 해왔던 앨범들의 끝자락이자, 또다른 음악을 보여주는 앨범이 될 것을 의도한 것”이라며 “우리가 향후 펼쳐갈 활동의 간판이자 새로운 도약판이 될 앨범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어떤 면에선 하나의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의미있는 앨범이에요. 처음 만들 때부터 이번 앨범까지의 그림을 계획하고 그린 건 아니지만, 나름의 유기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트워크까지 최선을 다해 신경써 만든 앨범입니다.”(이한빈)
두 개의 타이틀곡 중 ‘에브리데이’는 대중성을 염두하고 쓴 곡으로 기존 설의 파워풀한 매력을 덜어내고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건반 사운드를 담아내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작업했다.
반면 ‘왓 타임 이즈 잇 나우?’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곡이다. 설호승은 “이전까지 보여준 것과 다른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한 곡이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봤다. 예전에 못 느꼈던 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다.
“원래 설이 이런 걸 하는 애들이었나? 싶은 느낌도 드실 거예요. 그래도 정규 앨범이니까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이한빈)
작업 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오명석은 “정규 앨범이 주는 중압감, 책임감이 있었다”며 여느 곡, 앨범 작업과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선 데뷔 4년을 넘어 어느덧 5년차 밴드가 된 설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컸단다.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자기복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걸 벗어나고 싶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것도 있어요. 무작정 (곡을) 짜내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어느 정도는 능숙해진 부분도 있는데, 이번 앨범이 최고라고 할 순 없겠지만 우리의 최선이었고 그래도 우리가 짱이라는 마음으로 하려 노력했어요.”(이한빈)
스스로 ‘최고’라 주문을 거는 마음가짐. 이 자신감과 자존감은 어쩌면 설이 존재하는 힘의 원천이다.
“이게 약간, 밴드라는 건 연애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들면서 이게 좋은건가 나쁜 건가 수많은 생각이 드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준비 기간이 길어서 많이 들어봤는데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과 달리 이번 앨범은 정말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듣기 좋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죠.”(이한빈)
“노래를 쓰고 발매할 때 만큼은, 스스로 우리는 멋지고 잘했다, 짱이다 라는 마음으로 해요. 관객들에게 들려줄 때도 그런 마음이 있어야 하고요.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만족은 하려 하지 않아요.”(설호승)
2020년 초 맞닥뜨린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소회도 내놨다. 대면 공연이 사실상 멈췄던 2년은 설과 같은 밴드들에게 치명적인 시간이었다. “체감상 쉰 느낌”이라는 말은 비단 설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지만 데뷔 초부터 한창 물 올랐던 이들로서는 활동 기간 중 절반을 빼앗긴 셈이다.
“솔직히 코로나 때문에 화도 많이 났어요. 2019년까지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코로나가 딱 터지고 모든 게 막혔으니까요. 공연이 막힌 상황에서도 뭔가 하긴 하는데 애매하게 흘러가고, 성과는 보이지 않으니 짜증도 났죠. 그래도 이제 스탠딩 공연도 할 수 있으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최고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설호승)
정규 앨범으로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설은 Mnet 밴드 서바이벌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출연해 ‘워밍업’을 단단히 마쳤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며 명불허전 라이브를 보여준 이들은 2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선의의 레이스를 펼친 타 밴드들에 비해 ‘네임드’ 밴드였던 탓일까. 설의 무대엔 유난히 날카로운 시선이 쏟아졌고, 때로는 중압감에 짓눌리기도 했다.
“사실 쉽진 않았어요. 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저희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보시게 되고, 밴드를 잘 모르는 분들은 ‘쟤네는 뭔데’라는 시선을 갖게 되시는 그 중간에 걸려 있다 보니 초반엔 고난의 행군이었죠. 이후엔 다 내려놓고 재미있께 해보자 마음먹고 하니 반응이 더 좋아졌어요.”(설호승, 이한빈)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는 “끝이 없다는 걸 많이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우리가 해외 공연도 가고 페스티벌도 많이 나가고 하다 보니 은연중에 자만이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방송에 나가서 깨져도 보고, (코로나로 인해) 공연도 못 해보고 하다 보니 ‘계속 열심히 해야되는 거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죠.”(이한빈)
“저도 스스로 채찍질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했지만 아직 설이라는 팀을 모르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이 정도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에요. 원하는 목표까지 올라가려면 더 열심히 하고 좋은 곡도 써야겠다는 생각이에요. 현재의 위치에 절대 만족하지 않아요.”(설호승)
밴드 설은 1998년생 동갑내기인 김도연(기타), 오명석(드럼), 설호승(기타, 보컬), 이한빈(베이스)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2018년 결성됐다. 데뷔 초부터 밴드신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이들은 그동안 국내 유수의 페스티벌에 단골 초청됐으며 독일 리퍼반 페스티벌(Reeperbahn Festival), 태국 빅 마운틴 뮤직 페스티벌(Big Mountain Music Festival), 캐나다 캐나디언 뮤직 위크(Canadian Music Week), 싱가폴 베이비츠 페스티벌(Baybeats Festival) 등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러브콜을 받아온 실력파다. 일본과 태국에서는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도 참가하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다양하게 활동해왔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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