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꽉 채운 알파벳, 그것이 마틸다의 ‘숨겨진 힘’

정혁준 2022. 11.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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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구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본 뮤지컬 <마틸다> 엔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등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많았다.

주인공 마틸다가 어린아이여서 뮤지컬이 아이 눈높이에 맞기 때문일 듯했다.

<마틸다> 를 관람하기 전엔 그저 아이를 위한 뮤지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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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뮤지컬 <마틸다>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달 22일 서울 구로구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본 뮤지컬 <마틸다>엔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등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많았다. 주인공 마틸다가 어린아이여서 뮤지컬이 아이 눈높이에 맞기 때문일 듯했다. 주인공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점도, 부모를 끌리게 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알파벳 블록과 엄청난 양의 책으로 만든 무대가 눈길을 끈다. 그저 압도적인 무대장치만은 아니다. 뮤지컬을 보다 보면, 알파벳은 문자와 문장을 만들고 책과 이야기로 이어진다. 다른 나라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아빠와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엄마는 마틸다를 돌보지 않는다. 폭력적이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학교 교장 미스 트런치불도 마틸다를 괴롭힌다.

뮤지컬 <마틸다>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은 마틸다의 ‘책 사랑’을 보여준다. 마틸다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읽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읽으면서 자신을 스스로 돌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틸다에게 숨을 쉬거나, 생각하는 것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의 힘이었을까? 마틸다는 아버지에게 남을 속이지 말라고 말하고, 학생을 학대하는 교장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말하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켜나간다.

마틸다는 나쁜 일에 대해선 “옳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맞선다. 그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 ‘노티’(naughty·똘끼)에서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라며 “조그맣고 힘이 별로 없다고 해도 조금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라고 힘줘 말한다.

한편, 뮤지컬에는 두 종류의 어른이 나온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른과 그렇지 않은 어른이다. 마틸다 부모와 마틸다를 괴롭히는 교장은 책과 이야기를 싫어한다. 책과 이야기는 그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무례하며 짜증 내고 때로는 멍청하다.

뮤지컬 <마틸다>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반면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있다. 마틸다를 감싸주는 담임 선생님 미스 허니와 도서관 사서 미세스 펠프스는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는 어른으로 나온다.

뮤지컬은 성인 배우와 아역이 함께 만들어나간다. 마틸다의 학교 친구들이 교장에 맞서는 ‘리볼팅 칠드런’ 무대에선 성인 배우와 아역이 함께 칼군무로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배우들이 그네로 뛰어들어 객석 위까지 넘나들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은 성인 배우와 아역이 함께 뿜어내는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로 이끈다.

<마틸다>를 관람하기 전엔 그저 아이를 위한 뮤지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어른을 위한 뮤지컬이기도 함을 깨닫는다. 마틸다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말하고, 옳지 않은 일에 용기를 내어 맞서는 행동은 어른이 배워야 할 덕목이었다.

뮤지컬 <마틸다> 포스터. 신시컴퍼니 제공

닉 애슈턴 전세계협력연출은 “마틸다 넘버에서 ‘조그맣고 힘이 별로 없다’는 건 회사·조직·사회에서 약자로도 생각할 수 있다”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무조건 내 말만 들어야 한다’고 할 때 마틸다처럼 옳고 그름을 구별해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도 뮤지컬에서 담고 있다”고 했다. 어린 마틸다가 스스로 어려움에 맞서고 도전해나갔듯, 운명이라는 것은 어른도 스스로 개척하고 바꿀 수 있다는 얘기로도 읽힌다.

뮤지컬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쓴 영국 아동문학의 거장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공연은 내년 2월26일까지 이어진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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