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확실시…영끌족 한숨 더 깊어진다
월평균 소득 절반 이상 원리금 상환해야
미국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한은 금리 인상 시 연말 상단 8% 전망
월평균 소득 절반 이상 원리금 상환해야
미국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한은 금리 인상 시 연말 상단 8% 전망
# 대전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3)는 실거주 목적으로 7억원 정도에 30평 집을 샀다.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4억5000만원 정도를 더해 마련했다. 당시 금리는 2%대 초반, 큰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다. 집값도 매달 신고가 계약이 나오면서 오르는 추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주담대 금리가 5%대로 올랐다. 주담대 외에도 A씨에게는 신용대출 등 몇 개의 대출이 더 있었다. 모든 대출의 금리가 한꺼번에 올라 매월 나가는 금액은 대략 18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불어났다. 월급날 여러 은행으로 돈이 빠져 나가면 외식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A씨는 “배달 앱은 삭제한지 오래고, 집에서 라면 먹고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맞춰 한국은행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나 이자 상환액이 불어나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영끌족’이나 ‘빚으로 투자’한 ‘빚투족’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이자로 내야 할 형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그동안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이 지속되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이로써 미국과 한국(3.00%)의 기준 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 더 벌어졌다.
한은의 조사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 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는 약 6조5000억원 증가한다. 작년 8월을 시작으로 그동안 기준금리가 2.5% 포인트 인상된 만큼 대출자의 이자가 약 33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오는 24일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영끌족, 빚투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3일 기준)를 넘어섰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5.18~7.614%, 혼합형은 5.55~7.279%를 기록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달 한은의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연말 주담대 상단이 8%, 신용대출은 9%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 나아가 내년 미 연준의 금리가 5%에 진입하고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주담대 9%, 신용대출 10% 시대도 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맞춰 한국은행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상황은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전국 주택 거래량(신고일)은 3만2404건에 그치며 8월(3만5531건)보다 8.8% 감소했다. 1년 전(8만1631건)과 비교해선 60.3% 급감했다. 올해 누적 거래량은 41만77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다.
서울아파트 거래 침체는 심각을 넘어 단절 수준이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856건에 불과해 1년 사이 77.9%나 급감했다. 이는 2006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다. 정상적으로 시장이 작동하는 시기라면 월평균 거래량이 5000건은 돼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침체 징후는 미분양 주택 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9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이는 8월 말 3만2722가구 대비 27.1%(8882가구) 증가한 수치다. 다만 악성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 7189가구로 8월보다 1.9% 감소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거래량이 1~2년 지속되면 중개사무소, 이사업체가 줄도산하고 부동산 가격은 10~20% 빠질 수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차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써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이다. 주담대 4억원을 30년 만기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연 5% 금리가 적용될 때 매달 내야 하는 돈은 215만원이다. 매월 104만원의 이자가 포함된다. 금리가 7%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266만원에 이른다. 금리가 8%로 오를 경우 이자는 182만원으로 늘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은 294만원 규모로 늘어난다.
일례로 주담대 금리가 7%일 때 서울의 전용 84㎡ 아파트의 주담대 월 상환액은 291만원으로 추산된다. 월급의 60%를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4.99~7.39%, 신용대출 금리는 연 6.02~7.25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은 금리 하단도 6%대로 올라섰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는 내년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4회 연속 단행하고 한은의 빅 스텝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대출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 자금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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