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제재 본격화…은행 '확인 의무' 쟁점
쟁점은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소관부처 기재부 판단 받을 듯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10조원 규모의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거래 검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관련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이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법령상 확인 의무가 명확하지 않아 제재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제재 수위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은행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현장 검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외화 의심거래 사실을 보고 받은 후 현장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7~8월 중 외국환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은행에 자체 점검을 지시한 후 의심거래가 파악된 10개 은행에 대해 8월 22일 추가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이 파악한 이상 외화 송금 거래 규모는 약 72억2000만달러(10조2451억원)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이들 은행으로부터 적발된 외환거래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해외로 자금을 보낸 법인 중에는 지난해 설립된 신생 업체도 있었다. 금감원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이 더 높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거래라고 잠정 결론을 냈다.
이상 외화 송금 검사 담당 실무자들은 현재 검사 결과를 취합 후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귀임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금감원은 법리 검토, 검사서 작성, 제재심의위원회 회부 등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재 수위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은행의 증빙 서류 확인 의무'다.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환거래법상 은행들은 외화 지급 거래 취급 시 송금인으로부터 입증 서류를 제출받고 확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기관은 정도에 따라 업무 정지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입증 서류를 확인하라는 건 단순히 대조만 해보라는 게 아니라 무슨 목적의 거래인지 확인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특히 신생 업체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송금했다면, 수상쩍게 여기고 대응했어야 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일부 영업점은 적발된 법인들을 의심스럽게 여기고 송금 거래를 거절하는 등 은행별로 대응이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은행들은 현실적으로 증빙 서류상 흠결을 찾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항변했다. 송금 고객에 대한 별도의 조사 권한이 없는 만큼, 형식에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거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설령 송금 고객이 수상쩍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송금 거래를 거절할 근거는 없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행법상 은행은 송금 법인의 송금 사유와 금액을 확인하게 돼 있는데, 송금 사유를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며 "특히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송금을 거절했다간, 고객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외국환거래법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주장처럼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의 확인 의무가 어디까지있는지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도 지난 9월말 기재부에 정식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외국환거래법상 '입증서류 확인 의무'의 범위와 외국환거래법상 거래 거절 근거를 알려달라고 했다.
한편 후속조치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은행권은 '이상 외화 송금 거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감독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 관세청과 기업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송금 법인을 잡아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를 위해 관세청은 현재 관세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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