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급락에… 잠 못드는 ELS 투자자

이지운 기자 2022. 11. 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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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시진핑 3연임 시대' 주식투자 전략은②] 녹인 구간 진입 ELS 원금 손실 우려↑

[편집자주]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집권 3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들도 시 주석의 최 측근들로 채워지면서 사실상 시진핑 독재체제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 경제전문가가 1명 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도부 인선이 발표되자 외국 자본이 중국의 해외 자금 유입 통로인 홍콩 시장에서 빠져나가 '패닉셀'에 빠지기도 했다. 중국의 변화에 따라 국제 자본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국내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시진핑 리스크'가 국내외 증시에 미친 영향과 주식투자 전략, 향후 증시 전망 등에 대해 알아봤다.

◆기사 게재 순서
① 시진핑 리스크 덮친 시장… 국내 증시 영향은?
② 홍콩H지수 급락에… 잠 못드는 ELS 투자자
③ 중국 주식도 오를 건 오른다?!… 정책 테마주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된 이후 홍콩증시 급등락이 반복되자 ELS(주가연계증권)의 조기상환에 빨간불이 켜지며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주가가 만기 때까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미리 약속한 수익을 지급한다. 만기는 일반적으로 3년이나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한다.

다만 손실 발생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ELS는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후 반년마다 조기상환 충족 여부를 따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21일 기준 ELS 미상환 발행 잔액은 44조6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5% 증가했다. 이중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미상환 발행 잔액은 21조1870억원으로 34.38% 늘었다.

이처럼 미상환 발행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ELS 상품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50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국내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의 단골 기초자산으로 미국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 200지수에 이어 국내 증권사에서 많이 취급하는 기초자산이다.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3100개 이상이다.

최근 H지수가 급락을 거듭하면서 적지 않은 상품이 녹인을 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31일 홍콩H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 내린 4938.56으로 마감했다. 2008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홍콩H지수는 최근 1년 새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해 11월1일 8899.32 대비 약 44.51% 추락했다. 지난 10월 들어 6000선이 붕괴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39% 가량 하락했다.

홍콩 증시가 급락한 건 지난달 23일 시진핑 3기 체제가 출범한 직후부터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모두 시진핑 측근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시 주석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됐다. 이에 중국 경제를 이끈 핵심 인사가 물러나면서 향후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 플랫폼 기업 활성화 기조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에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

10월 기준 기초자산이 홍콩H지수인 공모형 ELS 중 녹인이 '5500~6500포인트' 이상인 상품 비중은 26%(2조8000억원)다. 낙인이 '5000~5500포인트' 사이에 있는 상품 잔액 비중은 30%(3조2000억원)에 달한다. 즉 홍콩H지수가 5000포인트 아래로 밀리면서 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품은 적어도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되살아난 2년 전 마진콜 악몽… 증권업계 "선제적 위험관리"



홍콩증시 폭락으로 ELS 수익률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홍콩H지수 발 ELS 마진콜(추가 보증금 납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염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한 차례 마진콜 사태를 겪으면서 선제적 위험관리로 대비한 만큼 유동성 위기로 확산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우선 증권사는 2020년 마진콜 사태와 달리 헤지(위험 회피)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 금융사를 통한 헤지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연쇄 자금 경색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즉 계약을 통해 일정 수수료를 내고 외국계 증권사에 손실과 위험을 넘기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 방식을 늘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94조9000억원) 중 자체 헤지 규모는 5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2000억원(12.8%) 증가했다. 백투백 헤지 규모도 40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8조5000억원(26.72%) 늘었다. 백투백 헤지 거래상대방은 외국계 금융회사가 30조5000억원으로 75.7%를 차지했다. 국내사의 비중은 24.3%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2020~2021년 2년에 걸쳐 시행한 건전화 조치로 증권사들은 이미 하락장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외화유동성자산 비율을 20%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단기간에 폭락을 거듭한 2020년 3~5월과는 다른 양상으로 위험관리를 강화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 증권사들이 대규모 마진콜을 받으면서 원화값이 급락하고 채권 시장이 마비되며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원인은 ELS로 지목됐는데 당시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던 20조원 규모 ELS에 대해 해외 금융사들이 일제히 마진콜을 요구했다.

당시 증권사는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채권과 CP(기업어음) 등을 발행하면서 단기금융시장 교란을 야기했다. 증권사가 달러 증거금 납입을 위해 대규모로 달러를 매입하면서 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정부는 한국증권금융 대출과 한국은행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통한 지원에 나서며 유동성 위기를 잠재운 바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와 달리 이번에는 홍콩H지수가 3~4개월 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마진콜 이슈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며 "현재로선 마진콜 가능성 자체가 극히 낮고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해뒀기 때문에 외화 조달 위험도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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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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