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지났나' 경기침체발 車값 하락 조짐…"내년엔 새전략 펴야"

이형진 기자 2022. 11. 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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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고차값 하락 전망·美 평균 신차값 하락세…"소비 심리 위축"
현대차·기아, 대규모 백오더에 올해는 괜찮지만…"상품성 강화 전략 필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2.4.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연식변경만 해도 가격이 올라가던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현상에 조금씩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 심리에 중고차 가격은 물론, 신차 가격도 일부 하향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요 위축 우려에도 국내 완성차업계는 대규모 백오더(밀려있는 주문 물량)를 들어 당장은 큰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차 출고대기기간이 긴 차종의 신차급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보다 높았던 일부 '가격 역전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는 국내 유통되는 국산·수입 740여개 중고차 모델을 대상으로 11월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신차급 차량의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중에서는 테슬라 중고차 가격이 모델에 따라 최대 4.1%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고 볼트 EV는 3%, G80 일렉트리파이드는 2.6%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이브리드 차종 중에는 투싼 하이브리드(-5%), 쏘나타 DN8 하이브리드(-1.8%), 쏘렌토 하이브리드4세대(-1.3%0, K5 하이브리드3세대(-1.0%) 등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봤다.

케이카는 "그동안 신차 출고 지연으로 인해 신차급 중고차가 신차의 수요를 흡수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중고차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고차 뿐만 아니라 신차 가격도 내리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시장의 모델 3와 모델 Y 가격을 인하했다. 모델3의 경우 27만9900위안(약 5473만원)에서 26만5900위안(약 5199만원)으로, 모델Y는 31만6900위안(약 6196만원)에서 28만8900위안(약 5650만원)으로 낮췄다.

기아는 미국 시장에 출시한 니로 EV 가격을 내렸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기아 북미판매법인은 니로EV의 최상위 트림가격을 200달러 낮은 4만5745달러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는 중국 토종 전기차와 경쟁 심화, 기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경기침체발 소비위축도 함께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JD 파워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가격은 10월 평균 4만5599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고치였던 7월 4만6173달러 이후 하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진행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직 33% 높은 수준이지만 수요 둔화 조짐이 점차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수요도 얼어붙는 중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지난달 내놓은 '한국 시장 자동차구매의향(VPI) 지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VPI는 8월말 85.7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딜로이트는 "물가 상승 부담에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급락한 최근 추세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수요 감소 전망에 대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제네시스 등 고부가 차종 위주의 판매 믹스 개선, 쌓여있는 백오더 등으로 올해 말까지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난 완화로 공급 상황이 풀리는 와중에 수요가 감소하면 내년에는 현재의 공급자 우위 시장이 아닌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당장 올해보다는 내년에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전략도 새롭게 해야 하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하드웨어보다는 자율주행이나 편의기능 등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품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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