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정국’에 정쟁 멈추자던 與野,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 격화되나
법사위 파행·국정조사 요구 등 與野 책임 공방전 격화
전문가 “진상 규명·책임자 경질 여부에 따라 與野 공방전 더욱 격화될지도”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조문 정국이 마무리된 가운데, 여야 간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전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야권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를 대상으로 책임 추궁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까지 한 반면, 여권은 사태를 수습하고 수사 과정에서 진상 규명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여야 간 대치 전선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조문 정국’으로 ‘책임 추궁의 시간’이 연기된 만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둘러싼 여야 정쟁은 보다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7일 내년도 예산안 상정을 위한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 운영위원회도 오는 8일로 연기했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이태원 참사’ 관련 부처 책임자 경질 요구와 관련해 대통령실 입장을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는 7일부터는 국회 예산특별위원회뿐만 아니라 다른 상임위별 예산 심사도 진행되기 때문에 곳곳에서 이태원 참사를 놓고 여야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서로 정쟁을 멈추자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에서는 이미 전초전에 들어간 지 오래다. 특히 ‘경찰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책임 공방전은 보다 극에 치달았다. 지난 1일 경찰이 공개한 사고 당일 이태원 인파 관련 112 신고 접수 녹취록 11건에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인파가 많으니 통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경찰은 4건에 대해 현장 출동했지만,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전화로 ‘현장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며 안내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문 정국’으로 한동안 정쟁을 멈췄던 여야가 책임 공방전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지난 2일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부터였다. 이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그 결과 법사위 전체회의는 파행했고, 여야는 파행 직후 회의장 앞에서 ‘맞불성 기자회견’으로 대응했다. 국민의힘은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고 오는 8일부터 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며 야당이 이번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한 반면, 민주당은 비공개로라도 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후로도 여야 간 책임 공방전은 여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언급하며 ‘정부 책임론’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책임론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진사 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며 “조사 대상인 정부에 ‘셀프 조사’를 맡기기에는 국민 공분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수사 대상이 수사를 담당하고 심판받을 자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역없는 국정조사로 국가가 국민을 내팽개친 1분 1초까지 밝히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전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의당 또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이 장관과 윤 청장 파면 등에 찬성하는 등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맞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국정조사가 필요한 주된 이유로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셀프 조사’를 지적하는 상황에서 결국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법’에 있다는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입법 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검수완박법’을 바로 잡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지난 4일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 조사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나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절을 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문 정국’으로 미뤄왔던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보다 불붙은 상황에서 상임위별 예산 심사에 나서는 만큼 본격적인 여야 간 정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애도 기간만큼 미뤄진 여야 간 정쟁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공방은 상당히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데, 야당에서 보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겠다고 여당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 교수는 이 장관을 비롯한 책임자에 대한 경질 여부에 따라 여야 정쟁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상민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등 현장 실무 책임자들이 해당 사태에 대해 실언을 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만 이들을 현재까지 사태 수습이라는 이유로 경질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야 책임 공방전이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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