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매의 발톱’ 드러낸 연준…美 중간선거, 10월 물가지수 살펴야
美 물가지수, ‘매파 연준’에 힘 실을까
국내선 크레딧 리스크 부각·하반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불확실성 확대
지난주(10월 31일~11월 4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3.52% 오른 2348.43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1조4642억원어치를 사들인 반면 개인, 국내 기관이 각각 8688억원, 6551억원을 순매도했다.
2차전지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삼성SDI,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2차전지 기업들이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2차전지 기업이 포함된 IT가전 업종, 화학 업종을 주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주 간 시장 참여자들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주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는데, 회의 직후 나온 제롬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4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서 예상해온 내용이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중단을 생각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4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도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 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11월 FOMC가 종료된 후,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중간선거와 경제지표 공개 등 굵직한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중간선거는 8일(이하 현지 시각)로 예정돼있으며 10일에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11일에는 미시건대소비자신뢰지수도 발표된다.
◇ 美 중간선거, 10월 CPI 발표 등 중요 이벤트 줄줄이 대기
오는 8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증시에 있어 중요한 이벤트다. 이번 선거에서는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원, 임기 6년인 상원의원 35명, 임기 4년인 주지사 36명을 새로 뽑는다. 관전 포인트는 현재 민주당이 쥐고 있는 미국 의회의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느냐다. 이번 선거에서 의회 권력이 공화당으로 넘어간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통상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가 반짝 반등하곤 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부분에서는 공화당이 더 잘해나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중간선거 이후 단기 상승 모멘텀(동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일에는 미국의 10월 CPI가 발표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헤드라인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1%, 근원 CPI는 6.5%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근원 CPI는 헤드라인 CPI에서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를 의미한다. 9월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의 상승률은 각각 8.2%, 6.6%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이 ‘물가지표의 뚜렷한 하향 안정을 확인해야 한다’며 매파적인 입장을 피력한 만큼, 12월 FOMC 이전 발표되는 두달치 물가지표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며 “최근 물가지표상 관심사는 임대료 부문인데, 근원 CPI가 낮아지는 속도가 더뎌진다면 금융 시장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연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줄어드는 데 이어 금융권 자금경색,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침체 신호가 커지고 있어서다.
김영환 연구원은 “11월 FOMC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봇·Pivot)에 대한 기대는 후퇴했다”며 “10월 주식시장 상승 배경이 연준의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호황을 띠고 있는 것도 연준의 강도 높은 매파적 스탠스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4일(현지 시각)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고용보고서에 비농업고용이 26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0만5000명 증가보다 많은 수준이다. 10월 실업률은 3.7%로 9월(3.5%) 대비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는 3.5% 정도였다.
연준은 고용시장 호황, 임금 상승 등을 높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보고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상 미국 고용 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현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할 만한 원동력을 얻게 된다.
이번 고용보고서 발표를 두고, 연준이 희망하는 ‘수요 감소’를 확인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10월 고용보고서는 고용이 “매우 탄탄하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 흥국생명發 크레딧 리스크, 수출 성적 악화…국내 증시 여건 어려워
국내 시장에서는 크레딧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외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3일에는 DB생명이 국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을 연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영구채라는 점에서 채무불이행 이슈는 아니다. 다만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시 차환 발행이 어려울 수 있어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심화할 수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 한국은행의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아직 크레딧시장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유동성이 필요한 곳에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신용가산금리를 진정시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 성적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도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10월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약 74조6000억원)로 1년 전보다 5.7% 줄었다. 특히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7.4% 줄었으며,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는 67억달러(한화 약 9조5000억원) 적자로, 7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증가율은 내년 내내 마이너스를 보일 전망”이라며 “유동성, 펀더멘털(기초체력)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 기대치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는 일주일 새 6.2% 감소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의 진정과 안정적 경기는 공존할 수 없고, 긴축 정책은 보통 2~3개 분기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4분기 실적 발표 시즌 전후로 이익 추정치의 추가 하향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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