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 끝났다”…우크라이나 전쟁에 놀란 각국, 신형 전차 만든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11.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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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각국 군대에서 밀려나고 있던 전차가 새롭게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대전차미사일과 드론에 의해 대거 파괴되면서 불거졌던 ‘전차는 불필요하다’는 전차 무용론은 사라지고, 미래 전쟁에 걸맞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형 전차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의 중요성이 재확인됐지만, 기존에 만들었던 전차를 개량하는 것만으로는 미래 지상전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에이브럼스 X 전차. GDLS 유튜브 캡쳐
◆미국, 신기술 적용한 ‘에이브럼스 X’ 공개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 제작사인 제너럴 다이나믹스는 지난달 신기술이 대거 반영된 에이브럼스 X를 공개했다.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이뤄진 덕분에 40년 이상 세계 최강의 전차로 평가받았지만, 2020년대 이후의 전쟁 양상을 고려하면 새로운 개념이 적용된 전차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행보다.

미군의 차세대 전차 개발 기술을 시연하는 성격을 지닌 에이브럼스 X의 가장 큰 특징은 중량과 동력이다.

M-1 전차 최신형인 M-1A2는 중량이 60t이 넘고, 가스터빈 엔진은 연비가 매우 좋지 않다. 도로나 교량 여건이 부실해 차량 이동이 어려운 곳에서는 전투를 치르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에이브럼스 X는 무인포탑을 적용하고 승무원을 차체 내부로 옮겨 중량을 60t로 낮췄다. 포탄을 장전하는데 필요한 자동장전장치를 적용해 승무원 숫자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자동장전장치는 현대 전차에는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잡고 있다. 전차포 구경이 120㎜를 넘으면 포탄 무게가 무거워지고 길이도 길어져 승무원이 연속으로 장전하기가 어렵다. 자동장전장치를 적용하면 승무원을 줄일 수 있어 내부 공간을 확보도 가능하다. 탄약 장전 및 발사 속도도 빨라진다. 

미 육군 M-1 전차가 훈련 도중 기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포탑에 설치되는 기관총은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로 바뀐다. 30㎜ 기관포와 7.62㎜ 기관총을 조합한 RCWS는 대전차무기를 지닌 보병의 근접을 저지하는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에이브럼스 X는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연료 소비량도 50% 감소했으며, 소음도 크게 줄어들어 적군의 정찰 시도로부터 전차를 더 오랫동안 숨길 수 있게 됐다. 기존 엔진보다 중량도 감소했다.

드론으로 러시아 전차 상부를 공격하고, 전차 사각지대에서 미사일을 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성도 반영됐다. 일반 승용차처럼 전차 안에서 바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가 장착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스위치블레이드 자폭 드론을 탑재, 멀리 떨어진 적군을 공격하면서 정찰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드론 제어와 조종은 승무원들이 전차 내에서 진행한다. 레이더와 능동방호체계를 적용해 전차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는 다층 방어막도 구성할 수 있다.

화력은 기존의 120㎜ 전차포에 신형 탄약을 적용해 공격력을 높이게 된다. 전차포는 기존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위력은 동일하다.  다만 길이는 지나치게 길지 않게 설정, 시가전에서 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위험을 낮췄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표적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지정하고, 이동 경로 설정과 장애물 회피 등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나믹스가 만든 에이브럼스 X 전차가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다. GDLS 제공
◆독일·프랑스, 중국, 한국도 개발 추진

유럽의 군사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신개념 주력전차(EMBT)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 르클레르 전차와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 기술에 최신 개념을 적용하는 형태다.

1500마력 엔진을 탑재해 최고 시속 ㎞로 주행할 수 있다. 포탄을 자동으로 장전하는 기능과 대전차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응하는 능동방호체계를 갖췄다. 화력은 기존의 120㎜ 전차포를 사용하지만, 차세대 주포로 거론되는 140㎜포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독일 방위산업체인 라인메탈은 KF-51 전차를 지난 6월에 공개했다. 독일군이 운용중인 레오파르트2A4 전차를 기반으로 개발된 KF-51은 중량 59t으로 레오파르트2A7 전차보다 6t 가량 가볍다.

주포는 130㎜를 탑재한다. 미군 M-1이나 한국군 K-2 전차보다 주포 구경이 늘어난 만큼 파괴력과 정확도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가 개발중인 EMBT 전차. KNDS 제공
미국과 유럽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120㎜ 주포를 장착한 전차를 운용중이고, 이같은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130㎜ 주포가 단기간 내 각광받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나토가 130∼140㎜ 주포를 전차에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이같은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나토와 방위산업체 등의 동향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KF-51은 가시선 너머에 있는 적군을 공격하기 위해 히어로(HERO) 120 자폭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 이 드론은 대전차 공격과 더불어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또한 근거리 정찰용 드론도 사용이 가능하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이 제안하는 KF-51 전차. 라인메탈 제공
중국도 최신형 전차가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현재 중국군 주력 전차는 99형과 99A형이다. 99형은 2001년 배치가 시작돼 1200여대가 생산됐다. 99A형은 지난해 실전배치됐다.

하지만 대만이 미국에서 M-1A2T 전차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전차 전력에서 대만보다 우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1A2T는 미군용과 비교할 때 장갑 소재가 바뀌었지만, 주포 명중률이나 기동력 등은 차이가 거의 없다. 중국군으로서는 신형 전차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중국중앙(CC)TV는 지난달 인민해방군 현대화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최신 주력 전차의 모습을 일부 공개했다.

현재 운용중인 99A형 전차보다 발전된 형태로서 승무원 규모도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고, 중량을 감소한 대신 기동성과 방어력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지난해와 올해 차세대 전차(NGMBT) 컨셉을 공개했다.

중국 육군 전차가 기동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적 래이더에 포착될 위험을 최대한 낮추고자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차세대 전차는 무거운 차량이 건너기 힘든 북한 내 노후 교량을 감안해 중량은 K-2 전차처럼 55t을 유지하고, 130㎜ 주포를 장착한 무인포탑을 사용한다.

원격통제가 가능한 레이저건, 소형 드론, 능동방호장치 등도 탑재한다.

에이브럼스 X처럼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연비를 높이고 소음을 줄이게 된다. 최고 시속 70㎞로 주행, 전장에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승무원은 2~3명으로 줄어든다.

360도 상황 인식 장치도 적용된다. 승무원이 적군의 총탄 위협을 무릅쓰고 포탑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아도 안전한 전차 안에서 외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루마니아 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DX KOREA 2022)에서 K2 전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고양=뉴시스
승무원이 탑승하는 차체에는 캡슐형 방호구조 승무원실을 적용해 생존과 편의성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이밖에도 인공지능(AI) 기반의 운용체계와 유·무인 복합 개념을 포함해 기동력, 화력, 방호력을 높일 수 있는 미래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될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연구와 향후 개발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40년을 전후로 차세대 전차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K-2 전차가 개념연구를 거쳐 체계개발을 완료하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 전장 관련 기술과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핵심기술 개발을 보다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군과 정부 당국의 정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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