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전 동점골 주인공' 설기현 "그때 먹은 욕 덕분에…" [나에게 월드컵이란②]

이재호 기자 2022. 1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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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1월 21일(이하 한국시간) '세계인의 축제'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이 개막한다. 한국 대표팀은 11월 24일 우루과이와의 H조 1차전부터 월드컵을 시작한다.

스포츠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매주 '특집-나에게 월드컵이란'이라는 코너를 통해 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스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와 월드컵을 앞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2편의 주인공은 한국 축구사 최고의 경기인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동점골의 주인공인 경남FC 설기현(43) 감독이다.

1편 : 구자철, '응어리' 진 월드컵을 말하다 [나에게 월드컵이란①]
2편 : '이태리전 동점골 주인공' 설기현 "그때 먹은 욕 덕분에…" [나에게 월드컵이란②]

한국축구사 최고 경기인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의 주역인 설기현(오른쪽)과 안정환(왼쪽)을 이탈리아전 승리 후 꼭 안아주는 거스 히딩크 감독. ⓒAFPBBNews = News1

▶설기현에게 월드컵이란

설기현은 한국 축구사 최고의 경기로 뽑히는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한 후반 43분 터진 설기현의 동점골로 연장전을 갔고 마침내 안정환의 골든골로 한국은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년 전의 극적인 장면에 대해 언급하자 설기현 감독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 골을 얘기한다. '인생골'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나에게 소중한 골이지만 솔직히 나에겐 많은 골들이 각자의 의미가 있다. 굳이 그 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자면 '가장 큰 대회에서 넣은 골'이라는 정도다"라며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가장 기억하는 득점은 이탈리아전 득점일 수밖에 없다. 확실한 건 내 축구인생에서 자신감과 성장에 큰 양분이 된 득점이라는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극적인 동점골의 순간. ⓒAFPBBNews = News1

지겹겠지만 20년 전의 추억에 대해 앵콜을 요청하자 "당시 조별예선에서 정말 좋은 기회를 많이 놓쳤다. 솔직히 제가 4골은 넣었어야 했을 정도로 기회가 많았다"며 웃은 설기현은 "그래서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 오죽하면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고 1-1인데도 '이대로 경기가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홀가분했다. 지금 감독을 하면서도 공격수들이 골을 못 넣어도 웬만하면 질타하지 않는다.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2002 월드컵에서의 설기현만 기억하지만 설기현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특히 조별리그 2차전 프랑스전에서 박지성의 동점골을 만든 엄청난 크로스는 명품이었다.

월드컵 후 당대 최강인 바르셀로나에서 뛰게되는 에릭 아비달을 개인기와 속도로 젖혀낸 뒤 올린 완벽한 크로스를 조재진이 헤딩으로 떨궈놓은 것을 박지성이 밀어넣어 만든 동점골. 이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가 허용한 유일한 필드골은 설기현의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2006년이 내 선수 경력에서 절정기였다. 하지만 조재진(안정환)-박지성-이천수가 워낙 잘해 후반 조커로 들어간게 아쉬웠다. 프랑스전 그 크로스도 후반 조커로 들어가 해낸 것이다. 그때도 충분히 16강에 들 수 있었는데 참 아쉽다."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에서 맹활약한 설기현. 당대 최고 미드필더인 파트릭 비에이라(왼쪽)가 다독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카타르 월드컵을 앞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말

월드컵을 2회나 출전하며 뚜렷한 성과를 낸 선배답게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물었다. 그러자 설 감독은 대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얘기를 꺼냈다.

"제가 시드니 올림픽을 직전에 부상으로 낙마한 적이 있다. 대회를 앞두고 큰 부상을 당해 모든 걸 바쳐 준비했던 대회에 못 나가니 실망감과 좌절감이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8강 진출에 실패했기에 팀에게나, 저에게나 부상은 큰 변수가 됐다"며 "첫째는 몸 관리다. 물론 부상을 피하고 싶다고 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관리해야 하고 지금도 많이 신경 쓰고 있겠지만 여기서 좀 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딱 한달 정도만 죽을 정도로 관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두 번째는 역시 경기 감각이다. 나는 2002 월드컵 때 벨기에 안더레트흐트에서 백업 선수였기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지금도 그때 조금 더 경기감각이 있었더라면 더 좋게 활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2006 월드컵 때는 팀 내에서 주전이었고 유럽 무대 경험치도 쌓였기에 자신만만했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고 안 뛰고는 월드컵을 나설 때 본인 스스로 몸상태나 자신감에서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 많은팀에서 뛰며 맹활약한 '개척자' 설기현. ⓒAFPBBNews = News1

▶벤투호에 대한 생각-가장 지켜보는 선수는 황희찬

설기현 감독이 보는 파울루 벤투호는 어떨까. 설 감독의 벤투호의 축구를 지지하는 쪽이라고. 특히 그동안의 평가전은 '결과'보다 '무엇을 훈련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랬어요. 평가전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많은 비난을 받았죠. 하지만 결국 본선에서 해냈잖아요. 감독은 고민이 많을 겁니다. 그동안 해오던 걸 어떻게 구사해야할지, 변화를 가져가야할지 등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자신이 해오던 축구를 계속해나갈 거라고 봅니다. 지난 6월 브라질전을 보면 벤투 감독은 전반전에 분명 빌드업 축구가 잘 통하지 않는데도 후반전에도 그대로 나왔어요. 강팀을 상대로 빌드업과 후방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최고 기회잖아요. 전반전에 분명 쉽지 않아도 이렇게 연습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고 생각해서 후반에도 그대로 나왔다고 봐요. 아마 감독과 선수들 모두에게 큰 경험이었을 겁니다. 팀은 그렇게 성장해나가는거죠."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할만한 선수를 뽑아달라고 하자 '황희찬'을 대뜸 꺼내든 설기현 감독.

"아직도 (황)희찬이가 울버햄튼 원더러스로 간 게 참 신기해요. EPL의 그 많은 팀 중에서도 하필 제가 뛰었던 울버햄튼을 가다니요. 제 프로 경력에서 울버햄튼 시절은 분명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저돌적이면서 윙도 가능하고 공격수도 가능한 모습을 보고 저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희찬이가 저보다 훨씬 나은 선수라고 봅니다. 한번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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