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K3서 데뷔 후 2년 만에 ACL행 '기염'…"직장에선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요?
(베스트 일레븐)
인천 유나이티드가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했다. 2003년 창단 이후 최초다. 시즌 내내 구슬땀을 흘린 모든 구성원에게 특별한 결과겠지만, 신예 미드필더 이강현에게는 유독 의미가 깊다.
K리그 팀 산하 유소년 팀에서 자라 우선지명을 받지도, 대형 신인으로서 자유선발을 받지도 못했던 그다. 2020년 22세였던 그가 데뷔한 곳은 K3리그 소속 부산교통공사였다.
4일 <베스트 일레븐>과 유선 인터뷰에서 이강현은 "모교 호남대 김강선 감독님을 찾아뵙고 입단하고 싶다고 무작정 말씀드렸다. 마침 부산교통공사에서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고, 사흘 동안 연습 경기를 뛴 후 테스트에서 선발됐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동계훈련 기간에 테스트에 합격한 그는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전 명단에 포함됐다. 그렇게 대학 신인인데도 한 시즌을 오롯이 치러냈다. 그렇게 한 시즌 만에 인천으로 이적하며 꿈에 그리던 K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이강현은 "프로 팀에 온 후 ACL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아직 무대를 밟지는 않았으나, 인천에서 나설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설렌다"라며 웃었다.
비록 인천 유스인 대건고에서 축구를 하지는 않았으나, 누구보다 인천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부평초-제물포중-인천남고를 거치며 인천에서 자란 토박이다.
이강현은 "인천을 응원하고, 이 팀의 팬이었기에 입단했을 때는 믿기지도 않고 꿈같았다. 팬이었던 사람이 선수가 돼 뛰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인천 데뷔 골은 입단 2년 만에 터졌다. 9월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0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다. 다음 라운드였던 수원 삼성 원정에서는 팀의 선제골을 넣어 3-3 무승부에 기여했고, 인천은 이 경기에서 2013년 이후 9년 만에 파이널 A 진출을 확정했다.
이강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데뷔전만큼이나 좋았다. 포지션 자체가 득점이 많이 나오진 않기에 묵묵히 내 역을 하는데 좋은 기회를 받아 스토리를 만든 것 같다"라고 데뷔 골을 회상했다. 또, 바로 다음 득점이 나온 수원전은 그가 꼽은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인천에는 뛰어난 기량을 지난 미드필더가 많다. 2022시즌 이명주·여름 등이 인천에 합류했다. 이외에도 김도혁·아길라르·정혁 등 베테랑 미드필더들이 팀의 허리를 지탱했다.
이강현은 "명주 형이 잘하는 걸 내가 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가져오고 싶다. 훈련 중 명주 형을 옆에서 쳐다보고 따라하니 형이 '임마, 또 내 따라한다'라고 하더라. 난 다 따라하고 싶다. 더 잘해야 한다. 형들도 몸 관리 비법부터 경기 때 위치 선정까지 물어보면 가르쳐 준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조언을 해준다. 그렇게 보고 자라는 중이다"라고 했다.
스스로 "6~7점짜리 시즌을 보냈다"라고 평가한 그다.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했으나, 팀이 거둔 성적 덕에 그나마 점수를 부여한 거라는 설명이다. 이번 시즌 22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준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는데도 자신을 채찍질한다.
"프로 2년차였고, 많은 시즌을 치러보지 않아 힘들지 않았다. 시즌을 치를 때는 재미있어야 한다. 결국 팀은 직장이고, 시즌 중에는 증명해야 한다."
이강현이 인천에서 보낸 두 번째 시즌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하나 잔잔하게 흘러만 갔던 건 아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겨울에 개막하면서 개막이 워낙 일렀고, 일정 역시 사나흘 간격으로 열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강현은 "매일 일기를 쓴다. 이번 시즌은 기쁨과 행복, 슬픔, 어려움이 다 있었던 시즌이었다. '스펙터클'했으나 소중했다"라고 회상했다.
인천 팬들을 향한 애정도 덧붙였다. "응원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원정 경기에 동행해주시는 분들도 정말 대단하다. 응원을 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최근 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금보다 두세 배는 더 감사해야겠다 싶었다. 팬들과 뭉친다면 ACL에 나가서도 좋은 결과, 그리고 행복이 올 거다. 지금만큼만 응원해주시면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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