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인표의 한국형 뉴판타지 ‘인어 사냥’ 눈길[화제의 책]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 차인표가 연기가 아닌 글로 시청자 대신 독자를 만나 눈길을 끈다. 장편소설 ‘오늘예보’ 등을 통해 진즉에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준 그가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이야기는 ‘한국형 뉴판타지’를 내세운 ‘인어 사냥’(차인표 지음 / 해결책)이다.
‘인어 사냥’은 먹으면 1000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인간과 역사나 구전설화 등에 깊이 천착해 온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우리의 지명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판타지아를 만들려 애써 왔다. 이와 관련해 수년간 자료를 수집해 오다가 강원도 통천군(현재는 북한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와 지금은 사라진 ‘독도 강치’에서 인어에 대한 영감을 얻고 그간의 상상을 발전시켜 그만의 신비롭고 독특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
1902년 강원도 통천 인근의 외딴섬. 어부 박덕무가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가난하고 힘겹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알 수 없는 병으로 급사하고 딸 영실이마저 치료할 수 없는 폐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는다. 이때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런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이의 고통이 사라진다. 그것은 공 영감네 집안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이었다. 이후 덕무는 인어를 찾아 목숨을 걸고 위험한 흑암도로 향한다.
한편 서기 700년, 통천의 바닷가 마을에서 지독한 추위와 배고픔으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년 공랑이 무작정 해안가로 나선다. 하지만 먹을 거리는 얻지 못한 채 갑자기 불어닥친 칼바람을 피해 절벽 쪽으로 가다 비밀의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생명체를 만난다. 이런 사실은 이내 마을에 퍼지고, 공랑은 인어를 찾고자 혈안이 된 마을 사람들과 갈등하며 위기를 만난다.
이렇듯 무려 1200년을 넘나드는 두 개의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는 가운데 점차 빨라지는 리듬을 타고 고조되다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작가가 그려 낸 섬과 바다, 바람과 해일, 인어와 강치, 여러 인간과 인간을 닮은 생명들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불거지는 추악한 욕심과 죄책감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끌어안는 용기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인어’라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존재를 단지 미스터리한 흥밋거리로 잡아두지 않는다. 인어를 매개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한’으로 집약되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결국에는 이를 처절하고 아픈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치환한다.
독자는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작가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거대하고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를 공유하게 된다. 아울러 신라와 조선 말기를 오가는 거대한 스케일, 철저한 시대 고증과 섬세한 심리 묘사,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경종 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글로 쓴 영화’다.
한편 1993년 배우로 데뷔한 저자는 이듬해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빅히트를 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많은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은 물론 나눔의 실천에도 적극 나서며 모범적인 시민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9년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잘가요 언덕’을 펴낸 이후로는 소설가로서의 생활도 이어가고 있다.
“문학이라는 완전한 허구의 세계에서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세계를 만들고, 서사를 따라가며 생의 진실을 발견할 때 창작자로서 큰 희열을 느낀다”는 저자는 소설뿐 아니라 시나리오와 에세이 등 전방위적으로 집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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