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애도 기간 끝나도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 운영은 계속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5일 밤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향내가 훅 끼쳐왔다. 이곳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 공간이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모가 적힌 포스트잇과 국화꽃이 기둥과 벽, 바닥에 즐비했다. 삼각김밥, 도넛, 귤, 팬케이크, 오징어땅콩 같은 주전부리부터 바나나 우유, 캔커피 같은 음료도 갖가지로 놓였다. 지난 일주일간 참사 현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두고 간 것이다.

참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밤 10시 15분이 다가오자 추모하러 온 인파는 두 배쯤 늘었다. 경찰통제선 두 겹 너머에 있는 참사 현장을 바라본 뒤 몇 초간 고개를 숙였고, 거기에 절을 하는 이도 여럿 있다. 한 스님은 그 앞에서 나무아미타불을 암송하고 뒤이어 아리랑을 불렀다. 자신이 참사 생존자라고 밝힌 한 여성은 그 옆에서 ‘내 주의 은혜 강가로’라는 제목의 찬송가를 불렀다. 도로를 주행하던 승용차와 버스들은 이 골목 근처를 지날 때 속도를 낮췄다.

절하듯 아스팔트 도로 위에 엎드려 메모지에 빨간펜으로 추모글을 적는 남성이 있었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로 죄송합니다!’라고 쓴 뒤 비슷한 내용들이 적힌 메모 더미에 올렸다. 다른 이들이 남긴 메모를 하나씩 소리 내어 읽으며 우는 사람도 있었고, 한 여성은 인근 편의점에서 사온 커피와 이온음료를 놓고 묵념을 하고 가기도 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으로 참사 현장을 촬영해 방송하는 BJ(인터넷 방송인)도 서넛 보였다.

이 추모 공간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꾸린 곳은 아니다. 그래서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운영된다고 한다. 10명쯤 되는 자원봉사자가 24시간 돌아가며 이곳을 지킨다. 한 자원봉사자는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모여 마련한 곳이기 때문에 끝은 모른다. 세월호 때도 오래 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용산구청도 추모 공간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추모 공간의 청결과 질서 유지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도 당분간은 이 주변 경비를 24시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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