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관제센터 근무일지 보니...참사 뒤에야 '늑장 보고'
[앵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가 주말 사이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이어, 소방과 구청 CCTV 관제센터까지 부실 대응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다음 주 초,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뒷골목 근처에는 주변을 비추는 CCTV가 두 대 있습니다.
이 두 대를 포함해 서울 용산구 곳곳에 있는 CCTV는 모두 구청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사 당시 관제센터가 현장 근처를 내내 지켜보고도 '늑장 보고'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관제센터 근무자가 당일 저녁 7시에 작성한 일지입니다.
근무자는 '이태원 일대 핼러윈데이 관련 CCTV 분석을 한다'며, '화질이 좋지 않아 먼 거리 식별이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참사 뒤인 밤 10시 반쯤, 용산서로부터 관련 상황을 질문받고 나서야 '일대에 사람이 너무 많다', '밀려 다닌다' 등의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구청뿐 아니라 소방도 참사 전 관련 신고를 받고도 대처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첫 신고가 밤 10시 15분에 들어왔다고 거듭 주장하던 소방청은 더 이른 시간에도 신고가 있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말을 바꿨습니다.
참사 전에도 신고가 한 건 접수됐다는 겁니다.
[이일 / 소방청 119대응국장 :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한 건이고 나머지 16건은 그쪽 현장하고 상관없는 인근 주변.]
그러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 신고 내용과 시점을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들을 중심으로 참사 원인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서울청장이 자택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한 밤 9시 20분부터 보고를 받은 밤 10시 36분 사이 76분 동안 왜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또 용산서장이 실제로는 밤 11시가 넘어서 참사 현장에 도착하고도 상황보고서에 밤 10시 20분으로 적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본은 당장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소환조사나 추가적인 강제 수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woongra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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