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1저' 위기의 경제, 언제쯤 회복될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보도국 2022. 11. 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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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리드멘트: 이광빈 기자]

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 수출마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2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반도체마저도 뒷걸음질 치웠습니다.

가뜩이나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우리 경제에 적신호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이 더 문제라고 합니다. 금융 위기 걱정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수요 절벽에 기업 창고에는 재고만 쌓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졌습니다.

이번주 첫 리포트는 현재 심각한 상황부터 진단해보겠습니다. 이은정 기자입니다.

[3고 현상에 저성장까지…짙어지는 불황의 그림자 / 이은정 기자]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분기 대비 0.3%,,생산 부진 속에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 증가 덕에 이나마 성장한 겁니다.

하지만 1분기, 2분기,,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폭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4분기엔 마이너스 성장 우려까지 나오는데, 그 이유는 지금의 고물가, 고금리 상황 때문입니다.

지난 7월 IMF 경제위기 때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5%대입니다.

1,400원대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환율도 물가를 부채질하는 또다른 요인입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데,,

단 1년 만에 0.75%에서 3%까지 뛴 기준금리가 얼마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고 분명한 것은 더 오른다는 것뿐입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지난달 12일)> "5%대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은 물가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는… "

기준금리 인상 탓에 주택대출 금리 상단이 13년 만에 7%를 넘으면서 급증한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과 기업 몫이 됐습니다.

이렇게 물가와 이자만으로도 허리가 휘는 상황에 기름을 부은 건 '레고랜드 사태'.

강원도가 보증을 섰던 레고랜드 기반사업 담당 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을 결정하자 어떤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퍼지며 자금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금리는 치솟고 기업 부도 위험은 커졌는데, 지방자치단체조차 돈을 못갚겠다니 시장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중소 건설사와 증권사 연쇄 부도 위기설에 금융위기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변동금리부 이자율이 어디서 결정되느냐 채권시장에서 결정되거든요. 이것은 나의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통해 내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그만큼 즉각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경기 전망이 어두우니 내년이라고 나아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내년엔 올해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시기엔 각종 경제주체들의 금리 상환 부담이 사실상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라 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높다고 물가가 진정될 기미도 없습니다. 고물가 속 경기침체,,스테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연합뉴스TV 이은정입니다.

[이광빈 기자]

고금리와 고물가로 국민연금을 헐어쓰고 있는 노령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직으로 소득이 없어지거나 질병으로 연금액이 깎이더라도 당겨쓰는 셈인데요. 장기적으론 노인 빈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늘어나는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투잡'을 뛰는 청년층과 중년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이 돌지 않고 귀해지다보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울한 소식만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한채희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지갑 닫는 직장인…취약계층 지원도 줄어 / 한채희 기자]

일주일에 한 번 회식을 제외하고 매 끼니를 싸 오는 회사원 A씨.

지난해 입사와 함께 생긴 습관입니다.

<A씨 / 회사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거 아니면 전날 먹고 남은 저녁들 좀 챙겨오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입니다.

<A씨 / 회사원> "월급이 사실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까 그 안에서 필수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 있는데 자꾸 비싸지니까 '돈을 이렇게 모아선 정말 뭘 할 수 있지?'"

점심값만 문제가 아닙니다.

<A씨 / 회사원> "내년에 이사를 해야 되거든요.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이렇게 높으면 감당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돼요."

'3고 1저'의 위기로 직장인들이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점심 한 끼 선뜻 사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스스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겐 더 큰 고통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무료 급식 지원 단체.

냉장고가 썰렁합니다.

지난해 20kg에 2만 원대였던 감자는 5만 8,000원으로 올랐고, 당근은 이제 수입산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식사와 함께 제공했던 핫팩 등 방한용품은 올해는 언감생심입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데, 이마저도 경제한파 여파로 줄었습니다.

<최성욱 / 바하밥집 운영팀장> "올해 들어서 정기 후원이 대략 100만 원 정도 넘게 줄어들었고요. 비정기 후원 금액도 이전보다 반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건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아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 기저귀와 분유 등을 지원하는 이 단체는 코로나19보다 어려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항상 가득 차 있던 분유 창고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들어오는 분유보다 나가는 분유 양이 더 많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후원자 수가 30%나 줄었습니다.

<이종락 / 주사랑공동체교회 담임목사> "소상공인이거나 개인으로 후원하는데, 이분들이 갑자기 어려워지니까. 물가도 오르고 하니까, 빠듯해진 거예요. 그니까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죄송하다고."

어느 하나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 요즘, 반대로 소비와 기부 흐름은 뚝 끊기며 이른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경제가 흔들리면서, 청년층, 자영업자, 기업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의 주머니가 더욱 얇아졌습니다.

그런데 기업 사정이 좋지 못하니 월급도 기대만큼 오르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더구나 주택 구입과 전셋값 마련에 빚을 끌어다 쓴 서민들은 치솟는 금리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 전·월세를 사는 청년층은 더욱 불안해진 상황입니다. 저금리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믿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젊은 층 가구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끌'과 '빚투'로 코인과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청년층들도 많습니다. 팬데믹 사태 이후 청년층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빠르게 늘어난 상태입니다.

담보 상황이 좋지 않은 청년층들은 불법 사금융의 덫에 빠지기 쉽습니다. 급전이 필요한데, 은행 문턱이 높다 보니 고금리의 불법 대부업자에게 찾아갈 수 있는 셈입니다.

자영업자들도 위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2년여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출이 늘었습니다. 코로나의 파고를 힘겹게 넘어가면서 이제 한숨을 돌리나 싶더니,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기업들도 문제입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부채 증가속도가 세계 2위에 달합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급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옵니다

기업 부실이 누적되면 금융시스템으로도 위기가 전이될 수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은행은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데, 그러면 기업들의 은행 대출 문이 좁아지게 됩니다. '돈맥경화'가 심각해지는 것인데요.

더구나 고물가와 고금리로 개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의 둔화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보면서, 내년이 더 문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지표가 위기를 가리키는 상황. 국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여야 거대 정당들은 연일 민생을 앞세운다고 강조합니다. 정기국회에서 통과 목표로 삼은 경제 관련 중점 법안들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 실질적으로 여야가 정책을 놓고 대화든, 논쟁이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카카오 사태 처럼, 이태원 참사 처럼,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여론에 등떠밀리듯 여야가 대책 논의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제의 경우도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해야 여야가 부랴부랴 대응 입법과 예산 지원을 놓고 실질적으로 논의를 벌일까요?

나경렬 기자입니다.

[여야, 민생 챙기겠다더니…강대강 대치로 협치 '안갯속' / 나경렬 기자]

끝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 오르지 않은 게 없었지만 지난 여름 기름값은 특히 문제였습니다.

화물 노동자들 사이에선 시동을 걸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정쟁말고 이런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자며 여야는 지난 7월 '민생경제안정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류성걸 / 민생특위 위원장(7월 29일)>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대책을 담은 민생법안으로서 여야가 뜻을 모아서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생특위는 유류세 인하,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법안은 물론, 대중교통비 환급과 납품단가 연동제 등 모두 29건의 민생 법안 처리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특위 활동이 끝난 지난달 말까지 여야가 처리한 민생법안은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고금리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지도부는 각자의 해법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제로 머리를 맞대려는 시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대강 대치로 협치의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계기로 정국은 빠르게 경색됐는데, 여야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책임을 두고도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책을 찾는 일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달 27일)> "최문순 지사 시절에 무슨 무리가 있었는지, 왜 거기에 제일 먼저 지급보증 상황이 생겼는지 그런 걸 따져야지 민주당 측 지사가 있을 때 사고를 만들어놓고…"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달 27일)> "검찰 출신 '경알못'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헛발질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며 경제는 한층 더 위태로운…검찰 출신 '경알못' 대통령이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달 마지막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정의당은 적대적 정치를 끝내고 서민과 약자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거대 양당 모두를 비판했습니다.

꼬여버린 여야 관계, 협치를 복원할 구체적인 해법도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얼어붙은 정국에서 급박한 민생의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대출을 대출로 돌려막기. 금리가 치솟으니, 빚만 불어나고 있습니다. 당연히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힘겹게 지난 자영업자들은 다시 직원을 내보내야할 처지에 몰렸습니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내 월급 빼고다 오른다"라는 말이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서민들의 현실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3고1저에 빠진 위기의 한국 경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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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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