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와달라 못하겠어요”…슬픔으로 가라앉은 이태원
[앵커]
서울의 관광 명소 중 하나였던 이태원, 지금은 비극과 슬픔의 공간이 돼버렸습니다.
너무나 큰 상처에 이태원 전체가 침통함으로 가라앉아 있는데요.
슬픔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상인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들을 원동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이태원 관광특구를 대표하는 '세계음식문화거리'입니다.
각국의 풍미를 자랑하는 음식점이 가득한 곳이지만, 참사가 난 골목 바로 옆이라 경찰 통제선이 사방을 둘렀습니다.
인적은 커녕, 영업 재개의 기약도 없습니다.
이곳은 식당과 술집이 밀집한 이태원 최대 번화가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국화를 파는 꽃집만 문을 열었고요.
다른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골목 곳곳엔 추모의 의미로 이렇게 꽃들이 놓여 있습니다.
참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상권으로 옮겼습니다.
간혹, 문을 연 상점도 있기는 합니다.
[옷가게 사장 : "(손님들이) 전화가 오세요. 요즘 들어서는 못 올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마음이 아파서…."]
이틀 동안 스무 곳 가까운 가게를 들러봤지만, 손님이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상점가에서 문을 연 점포 여러 곳을 방문해 봤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인터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침통한 상탭니다.
20년 넘게 이태원에서 생업을 이어온 주기현 씨.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침통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주기현/식당 운영 : "식사하고 가시는 분한테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는 얘기를 하는데 지금 이거 사고 난 다음에 '또 오세요' 얘기를 (못하겠어요). 죄송해요."]
거대한 슬픔의 공간이 되어버린 이태원을, 언젠가 관광객들은 다시 찾아줄지, 상인들은 당장 미래가 그려지지 않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 : "저희는 또 살긴 살아야 되니깐 가급적이면 내년부터 괜찮아졌으면 좋겠지만, 사람들이 한 번 각인된 거는 또 망각하기 어려운 거니깐…."]
[이정은/이태원관광안내소 : "안내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태원 구석구석 길을 다 잘 알기 때문에... 네, 많이 슬펐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슬픔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고 수습 인력을 위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빵집.
국화를 원가에 제공하는 환전소가 다 그런 마음입니다.
[권지숙/환전소 관계자 : "새벽시장 가서 더 싸게 (사와서). 군인한테도 또 그냥 주고, 학생 어린애들도 주고, 돈 없으면 그냥 주고…."]
이태원 공동체 전체가 트라우마에 빠진 듯한 상황.
용산구의 심리상담을 받은 주민만 지금까지 100명이 넘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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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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