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매몰 극적 생환 국내외 사례들…필수 생존조건 공통점 있었다

정우용 기자 공정식 기자 남승렬 기자 이성덕 기자 2022. 11. 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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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체온유지, 생존의지…고립 시 매뉴얼 숙지
봉화 두 사람 랜턴 전원 아끼며 비닐 텐트 만들고 모닥불 지펴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돼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2022.11.5/뉴스1 공정식 기자

(봉화=뉴스1) 정우용 공정식 남승렬 이성덕 기자 = 경북 봉화 아연광산 갱도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고립 9일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가운데 국내외 이와 비슷한 생환 사례들에 이목이 쏠린다.

봉화 광산 사고처럼 국내외에서 매몰된 광부들이 극적으로 생환한 사례들이 다수 있다. 이들 사례들의 공통점은 물, 체온 유지, 살아야 한다는 의지 등 생존을 위한 노력이 있었고 광부들은 고립 등 비상 상황에 처했을 때 지켜야 할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2021년 1월10일 오후 2시쯤 중국 산동성 옌타이시의 한 광산에서 폭발로 인해 광부 22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광산 업체는 내부적으로 광부를 구조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다음날 오후 8시쯤 지자체에 상황을 알렸다. 이번 사고가 난 봉화 아연광산 측의 초기 늑장 대응과 비슷한 경우다.

당시 보고를 받은 구조당국은 긴급 구조대원 300여명과 40여대의 장비를 현장에 투입, 구조작업을 펼쳤다. 광부들은 사고 14일 만에 지하 698m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 사고로 광부 10명이 숨지고 1명은 실종됐지만 11명은 극적 생환했다. 생존자들은 "갱도 안에서 흙탕물을 마시며 버텼다"고 했다.

1967년 8월22일 오전 8시쯤 충남 청양군 사영면(현재 남양면) 구봉광산에서 갱도 붕괴로 한 광부가 125m 지하에 고립됐다.

이 광부는 갱 속의 지하수만 마시며 추위와 배고픔을 견뎠고 마침내 고립 16일 만에 구조됐다.

1982년 8월 강원 태백 탄광에서 매몰사고가 나 광부 4명이 고립됐다. 이들은 14일간 갱도 안에 갇힌 채 나무껍질 등으로 허기를 채우고 서로의 몸을 맞대 체온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꼭 구조될 것'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도 생환의 중요한 요소였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됐다. 5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27년 베테랑 작업자 큰아들 박근형씨가 아버지가 구조 당시 입고 있던 작업복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2.1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5일 오전 아버지 면회를 위해 안동병원을 찾은 아들 근형씨(42)는 전날 아버지를 통해 들은 구체적인 생존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갱도 내부에서 작업 도중 '우르르 쾅쾅' 하는 소리와 진동을 느낀 작업반장 박씨는 순간 갱도 붕괴를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보조작업자 박모씨(56)에게 당황하지 말고 안전모에 착용하는 랜턴 전원을 우선 끄라고 했다.

고립된 상황에서 구조될 때까지 얼마나 버텨야 할지 모른다는 판단이 빨리 섰기 때문이다.

전원을 아끼고 필요한 경우에 잠시 켜서 주위를 확인하고 다시 끄는 방식으로 암흑 같은 공포에 맞섰다. 그 결과 아껴둔 배터리로 구조 전날까지 빛을 잃지 않았다.

작업 공간 주위에 남아 있던 톱과 산소용접기 등 공구도 생존을 도왔다. 동바리 등에 사용되던 목재가 있었지만 물에 젖어 라이터로 불을 지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들은 내부 온도 14도라는 추운 환경에서 산소용접기로 젖은 목재를 말리고 모닥불을 피우며 임시로 만든 비닐텐트 안에서 체온을 유지했다.

숫자가 표시되는 디지털 방식이 아닌 시분을 가리키는 침이 있는 손목시계도 고립 이후 시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떨어지는 물을 아끼고 커피믹스를 나눠 먹으며 몸의 당분을 유지한 그들은 그렇게 221시간을 버틴 끝에 생사 기로에서 마침내 극적 생환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구조하기 위해 외부에서 구조당국이 펼쳤던 수차례의 발파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다'는 생존 의지를 붙들고 있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실장인 이상훈 교수는 "구조된 두 분이 221시간 동안 지하 190m 깊이의 지점에서 붕괴된 구조물에 갇힐 경우의 매뉴얼을 잘 지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두 분이 탈수가 되지 않도록 지하수 등의 물을 계속해서 섭취했고 내부 온도 14도라는 추운 환경에서 모닥불을 피워 적절하게 체온 유지를 잘 하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포기하지 않는 희망도 참 중요하다"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으면 신체 내부에서 도파민 등의 호르몬이 활성화돼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의 한 아연 광산 제1 수직 갱도 지하에서 모래와 흙 등 토사 900톤이 아래로 쏟아지는 사고로 지하에서 작업 중이던 7명이 고립됐다. 5명은 구조되거나 자력 대피했지만, 반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 등 2명은 9일간 구출되지 못한 채 버텨야 했다.

반장 박씨의 아들 근형씨는 "먼저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또 '아버지가 살아올 것'이라고 믿고 위로해 주신 동료 분들,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각 부처, 정부에게도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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