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4] MVP 받은 '임시 선발' 이승호 "승리 놓쳐도 아쉽지 않다"(종합)
4이닝 1실점 호투로 키움 6-3 승리 견인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1109일 만의 한국시리즈 경기에 선발 등판한 이승호(23·키움 히어로즈)가 깜짝 호투를 펼치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이승호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SSG 랜더스와 4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키움의 6-3 승리에 일조했다.
경기 전까지 SSG가 키움보다 선발 싸움에서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승호의 호투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SSG 선발 투수 숀 모리만도는 2⅓이닝 9피안타 2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에이스 안우진의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선발 투수로 나간 이승호는 빼어난 투구를 펼쳐 4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승호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8승과 6승을 따내든 등 검증된 선발 자원이지만, 지난해부터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올 시즌에도 53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해 3승2패, 10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앞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각각 1경기, 2경기에도 구원 등판했다.
하지만 안우진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2⅔이닝 만에 교체되면서 키움 선발진에 비상이 걸렸다.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안우진이 4차전에 등판하지 못하면서 대체 선발 투수가 필요했고, 홍원기 키움 감독은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이승호를 낙점했다 .
이승호가 공식 경기에 선발 등판한 것은 지난해 8월25일 한화 이글스전(4이닝 6실점 4자책)이후 437일만이다. 한국시리즈로 범위를 좁히면 2019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5⅓이닝 2실점)에 이어 2번째 선발 등판이다.
'오프너'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 이승호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쳐 승리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홍 감독은 "오늘 3이닝 50구까지 기대했는데 이승호가 혼신의 힘을 다해 4회까지 버텨준 게 다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승호는 1회초에 다소 고전했다. 이승호는 선두 타자 추신수를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최지훈 타석 때 폭투를 던져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최지훈을 3구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으나 곧이어 최정에게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정확히 맞히지 못한 최정의 타구가 우익수 푸이그 앞에 뚝 떨어졌다. 이승호로선 불운한 실점이었다.
이승호는 한유섬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뒤 빠른 견제로 1루 주자 최정을 1루와 2루 사이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1루수 전병우의 2루 송구가 빗나가 2사 2루가 됐다.
또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이승호는 예리한 슬라이더로 후안 라가레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후 이승호는 2~4회초 직구(28구 중 25개) 위주로 던지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2회초와 3회초를 모두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고, 4회초에는 첫 타자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한유섬과 라가레스, 박성한을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경기 후 이승호는 "(4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고서) 너무 긴장이 많이 돼 어제 저녁식사도 못했다.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아졌다"며 "2019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기억을 많이 떠올리며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프너로 몇 회까지 던지자'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눈앞에 있는 타자를 상대하는 데만 집중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자고 마음먹었는데 야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승호는 4이닝 동안 총 48개의 공을 던졌다. 팀이 6-1로 앞선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3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이승호는 2019년부터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지만 포스트시즌 승리가 없다.
그는 이에 대해 "솔직히 더 던지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그렇지만 한국시리즈 경기인 만큼 개인 욕심을 버렸다. 좋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팀을 믿고 교체됐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키움은 이승호의 활약으로 4차전을 승리,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기록했다. SSG와 팽팽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데 2승만 더하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이승호는 "3년 전과 다른 건 없다. 우승만 바라보고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며 "현재 팀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들 우승, 하나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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