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소주 한잔"…아들의 간절한 소망 이뤄졌다

신혜원 기자 2022. 11. 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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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 노동자가 땅 속에 갇혀 있는 동안 가족들은 갱도 옆 좁은 컨테이너에 머물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래도 살아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구조되기 8시간 전에도 '아버지 무사히 살아나오셔서 단둘이 소주 한 잔 하자'는 편지를 땅 속으로 내려보내기도 했는데요. 아들의 소원은 기적처럼 이뤄졌습니다.

신혜원 기자입니다.

[기자]

'기적의 생환' 소식이 들려오기 꼭 8시간 전.

[광산 노동자 아내 : 밑에서는 굶고 추위에 떠는데…꼭 이겨내고 나올 거라고 믿어요. 금방 구출할 거니까, 그때까지만 제발.]

갱도 옆 작은 컨테이너에서 열흘째 함께 사투를 벌여온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땅 속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박근형/광산 노동자 아들 : 단둘이 소주 한잔 마셔본 적도 없는데 무사히 나오셔서 소주 한잔 꼭 아버지와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나오세요.]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단 한순간도 살아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고립 221시간 만인 어젯밤 11시 3분.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긴 했지만, 두 사람은 분명 자신의 힘으로 고립됐던 갱도를 걸어나왔습니다.

[방장석/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3팀장 : 안에 고립돼 있던 분들하고 달려간 직원이 부둥켜안고 막 울고 있었습니다. 그 이름을 막 부르시더라고요, 무슨 형 하면서.]

8시간 전, 땅 아래로 내려보낸 가족들의 염원이 하늘에 닿은 순간입니다.

먼 발치서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곧장 구급차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또렷이 불렀습니다.

[박근형/광산 노동자 아들 : '준철(근형)이 왔냐' 그러시더라고요. 제 이름이, 또 아버지가 부르는 이름이 있거든요. {뵙자마자 뭐라고 하셨어요?} 저요? 저는 아버지를 크게 불렀죠. '아버지 세상 난리 났어요', '아버지 유명인 되셨어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땅 위에서 전한 마음이 통한 듯 아버지 역시 "회복되면 밥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박근형/광산 노동자 아들 : 소주도 무조건, 소주 하면서 얘기할 겁니다. 소주 한잔 하면서… 일단 아버지 보면 꼭 안아드리고 싶었고 '사랑한다'는 말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가족들은 "구조 작업에 애써준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화면제공 : 소방청·경북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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