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뛰어든 10대·제사상 차린 상인…참사 속에도 영웅은 있었다
남씨는 참사 당일 가게에 있었다. 창밖 인파를 보고 '오늘 유독 사람이 많네' 생각했다. 그러다 밤 10시15분쯤 인파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남씨는 서둘러 가게 문을 열었고 20대 여성 두명 등 깔린 사람들을 가게로 구했다. 두 여성은 병원에 옮겨졌고 목숨을 건졌다.
참사 이튿날 남씨는 참사 골목에 제사상을 차렸다. 경찰이 제지했지만 그는 "애들 밥 한끼는 먹여야 할 것 아니에요"라 항변했다. 경찰관과 남씨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남씨는 "눈앞에 아이들을 더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고 했다.
참사 당일 현장에는 사람 살릴 '손'이 부족했다. 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은 "CPR 할 줄 아시는 분 있나요" 외쳤다.
당시 근처에 전·현직 간호사 자매가 있었다. 이 둘은 세계음식문화거리를 걷다가 비명을 들었고 인파를 헤쳐서 현장으로 갔다. 이들은 3시간가량 40~50명 CPR을 했다. 이 중 2명은 의식이 돌아왔다고 전해졌다.
CPR을 해본 적 없어도 사람들은 팔을 걷어붙였다. 20대 남성 A씨는 군대에서 CPR을 배웠다. CPR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망설일 틈이 없었다. 1시간 넘도록 CPR을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한명은 희미하게 맥박이 돌아왔다.
나이가 많고 적고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고등학생 김진욱군(18)은 실신한 시민들을 옮기고 CPR을 도왔다. 밤을 꼬박 새워 이튿날 오후 2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갔다. 김군은 본래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려 했지만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며 구급대원으로 진로를 바꿨다.
어떤 이들은 추가 피해를 막았다. 압사 사고가 나고도 인파는 골목 쪽으로 향했다. 이때 외국인 세명이 골목 옆 난간에 올라서서 사람들을 한명씩 끌어올려 구조했다. 이들이 구조한 사람은 30여명이다. 나중에 외신을 통해 이들이 주한미군 자밀 테일러(40)와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타드(32)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에게 구조된 한 시민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은인이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4일 배편으로 딸 시신을 운구해야 했다. 그 배를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박씨 수중에 5000달러는 없었다. 한국 정부는 장례비 등 생활 안정금을 받으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기다리라고 했다. 박씨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양로원에서 일했다.
본지 보도 후 여러 시민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배우 이영애씨는 성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러시아대사관과 외교부, 용산구청은 박씨가 구호금 2000만원과 장례비 1500만원 등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KB국민은행은 1000만원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여러 선의가 모여 박씨는 외동딸을 고향 러시아로 보낼 채비를 마쳤다.
박씨는 지난 3일 외동딸 추도식에서 "결제할 돈을 모금했다"며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지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좌에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들어왔다"며 "그것은 돈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이 괴로워해 줬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1000원이라도 괴로움을 보여준 것"이라며 "크게 감사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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