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돼 빛나길'…국가애도기간 마지막날 전국서 추모 물결(종합)
윤 대통령 "꽃다운 청년들을 못 지켜" 사과
(전국=뉴스1) 최대호 윤왕근 오미란 김동규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일주일째이자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전국 곳곳의 합동분향소에는 희생된 청춘들을 기억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화꽃을 든 시민 한 명 한 명의 눈빛과 표정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오전 9시쯤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모여 들었다. 20대 여성은 하얀 꽃을 들고 찾았고 50대 남녀는 추모 노래를 불렀다. 아침기온은 1도를 기록할 정도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학생인 허모씨(26)는 "희생자 대부분이 20대로 또래였다"며 "지인들 중에서도 당시 사고 현장 근처를 지난 사람이 많았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인파가 몰리는 상황을 대비한 안전교육을 어릴 때부터 실시했으면 좋겠고, 애도가 끝나면 제대로 된 사과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홍모씨(70)는 글 쓰는 것이 불편했는지 주변 자원봉사자에게 '좋은 데로 가서 잘 사세요'라는 추모의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홍씨는 "지나가다가 추모 공간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글을 썼다"며 "(희생자들이)가족같이 느껴지는 아이들이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60대 배모씨는 "아직도 꽃 피우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너무 많이 희생돼 애틋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누구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태원 길에서 그렇게 숨졌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먹먹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희생된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하늘에서 편히 쉬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쪽 끝 제주에서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모습은 같았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선영씨(51·여)는 헌화·분향을 마친 뒤 조문록을 남기면서 끝내 꾹 참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씨는 "서울에 고2 조카가 있는데 조카 친구가 (이태원 참사로 하늘에) 갔다. 아직 너무 어린 학생인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 "이승의 슬펐던 일은 모두 잊고 저승에서 못다 이룬 꿈을 다 이루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홀로 헌화·분향을 마친 김인숙씨(69·여)는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데 저도 자식들 키우는 입장에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집밖을 나서게 됐다"며 "미약하지만 가시는 길 편안하도록 작은 마음을 보탰다"고 전했다.
어머니와 함께 이 곳을 찾은 김도헌씨(23·여·서울) 역시 "개인 일정으로 계속 서울에 있는 분향소를 가지 못해서 오늘에야 이 곳으로 오게 됐다"며 "제주에 있지만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갖고 꽃을 올렸다"고 했다.
강원은 단풍이 절정에 이른 시기임에도 추모 분위기 탓에 주요 관광지 대부분 한산했다. 반면 지역 합동분향소는 희생자들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릉시청 1층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 김영준씨(40)는 "강릉에서도 이른 나이 희생자가 생겼는데, 마치 조카나 여동생같이 느껴져 안타까웠다"며 "아픔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기도했다"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관광객 박성연씨(37·서울)는 "서울에서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는데, 오늘 애도기간 마지막 날이라 강릉에 온 김에 다시 분향소를 찾았다"며 "피지 못한 꽃들이 그 곳에서는 별이 되어 빛나길 빌었다"고 말했다.
김진호씨(35·속초)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관계기관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들 역시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청과 도북부청, 일선 시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많은 추모객이 별이 된 청춘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지난 5일간 도청과 북부청 두 곳 분향소에만 1800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도는 38명의 도민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아직 조문을 하지 못한 도민들을 위해 분향소 운영기간을 9일까지 연장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한국교회총연합·한국교회봉사단이 서울 서초구 백석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에 참석해 "마음이 무겁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부모님은 사랑하는 자녀를, 친구들은 소중한 벗을 하루 아침에 잃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비극은 우리 모두의 슬픔이고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무한한 책임감으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무한한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는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몰린 인파가 넘어지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망자 수는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 수는 196명(중상자 33명)에 달한다. 사망자 중에는 제주도민인 20대 여성 1명이 포함돼 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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