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으로 생환한 광부가 전한 221시간…이들 곁에 있던 생존법칙

이다온 기자 2022. 11. 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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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에 고립됐던 2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작업투입 때 챙겨간 커피 믹스와 물을 먹으며 버텼고, 다 먹고 난 뒤에는 갱도 안에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생존했다.

박 씨는 사고 후 고립된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 씨와 함께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큰 암석으로 막혀있어 출구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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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 매몰 사고 생존 광부 작업반장 박정하(62·오른쪽)씨가 보조 작업자 박씨(56)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가 발생한 지 221시간 만에 고립됐던 2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작업투입 때 챙겨간 커피 믹스와 물을 먹으며 버텼고, 다 먹고 난 뒤에는 갱도 안에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생존했다.

선산부(조장) 박 씨(62)와 후산부(보조작업자) 박 씨(56)는 모닥불을 피우고 비닐 천막을 쳐 추위를 견뎌가며 버텼고 결국 구조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박 씨는 사고 후 고립된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 씨와 함께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큰 암석으로 막혀있어 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살고 싶다'는 절박함에 괭이를 들고 눈 앞의 암석 10m 정도를 파나갔지만 뚫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 개를 이용해 두 번 발파도 시도했지만 암석 일부만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불과했다.

작업반장인 박 씨는 "발파를 하면 밑에 우리가 있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또 고립돼 있거나 구조 중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굉장히 들었다"고 전했다.

생환한 고립자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지냈던 갱도 내 모습. 추위를 견디기 위한 비닐막과 모닥불이 보인다. 사진=경북소방본부 제공

이들은 사다리를 이용한 암벽등반도 시도했지만 슬러지가 계속 떨어지며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결국 급한 대로 갱도 내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생존 반응을 보내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구조가 이뤄진 4일 밤, 두 사람은 체력이 떨어지고 소지하던 헤드 랜턴의 배터리가 소모되기 직전 상황까지 벌어지며 불안감이 커지고 희망을 점점 잃었다. 불이 꺼지고 20여 분 뒤, 이들의 귓가에 폭파 소리가 들렸고 박 씨는 동료 박 씨와 함께 근처로 대피했다. 곧이어 불빛과 함께 구조 작업에 투입된 동료 광부가 그들을 발견하고 "형님" 하며 달려오는 소리가 갱도 내에 울려 퍼졌다.

광산 구조자가 입고 있던 작업복. 사진=연합뉴스

두 사람은 사고 발생 열흘째인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한편, 봉화 광산처럼 광산 매몰자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한 생존 사례가 더 있다. 1967년 충남 청양 구봉금광에선 16일 만에, 1982년 강원도 탄광에선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겨 구조됐다.

이들 광산 생환자들에게는 '갱도 물', '생존 의지', '계획성 있는 섭취'라는 공통된 생존법칙이 있었다.

봉화 광산 매몰자 2명은 커피믹스와 물을 계획적으로 조금씩 나눠 먹었고 물이 부족해지면 갱도 위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모아 마시고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는 등 생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충남 청양군 구봉관산 지하 125m 갱 속에서 16일 만에 구출된 양창선 씨는 혼자 매몰된 상태로 부인이 싸준 도시락을 이틀간 나눠 먹고 천장에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며 버텼다. 많이 마시면 체내 염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하루 맥주 한 컵 정도만 마셨고, 힘이 빠지면 누워 있다가 잠이 드는 생활을 반복하다 망가진 군용 전화기를 이용해 갱도 밖과 연락에 성공했다. 양 씨는 국내 광산사고와 관련해 역대 최장 시간 매몰됐다 생환한 사례다.

1982년 강원도 태백 탄광의 매몰 광부 4명 역시 14일(349시간) 동안 갱 안에 갇혔지냈지만 서로 의지하며 버틴 결과 당시 사망자 없이 매몰자가 모두 무사히 살아 돌아와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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