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 없고 죄송”…이태원서 목터져라 인파 통제한 경찰, BBC서 오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인파를 통제한 경찰관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해 면목 없다. 유족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4일 BBC코리아는 유튜브를 통해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 경사는 영상에서 “그때 사건 현장에 계셨던 많은 시민들이 제가 소리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경찰관이든 소방관이든 시민이든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구조 활동을 펼쳤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니꼬라지TV’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사고 당시 김 경사가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김 경사는 수많은 시민들 속에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말고 이동하라”, “돌아가라”, “도와주세요”라고 애원하며 시민들의 통행을 정리한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들린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그는 무언가를 밟고 좀더 높은 곳에 올라선 뒤 더 큰 목소리로 “여러분 사람이 죽고 있어요. 다 이쪽으로.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김 경사는 “대한민국 경찰관으로서 제 소명을 다 하지 못했다”며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 전 직원들, 소방대원들, 시민분들이 모두 나서서 구조 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흐느끼며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한분 한분의 생명이 소중하기에 유족들이 얼마나 상심이 크고 얼마나 고통받고 계실지”라며 “많은 분들이 제게 연락하셔서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가장 고통받고 계실 유족분들을 생각하면 제가 고통스러운 부분은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걱정보다는 유족분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길 바란다”며 “저로 인해서 그분들의 슬픔과 고통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경사는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고맙다며 인사를 전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닌데, 저는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했는데 더 면목이 없고 죄송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이태원 파출소의 죄송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유족분들하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고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김 경사는 지난 3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족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면목이 없다”며 “누구 하나 빠짐없이 노력해서 구조활동을 펼쳤지만, 많은 분이 돌아가셔서 너무나도 비참하고 유족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한 바있다.
이어 “단순 시비 신고를 받고 경찰관 3명이 현장으로 나갔다”며 “현장에 갈 때만 해도 참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인파를 뚫고 들어가 보니 인파에 눌린 분들이 손을 뻗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며 “더는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인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다른 동료 남성 경찰관과 함께 해밀톤 호텔 뒷골목으로 뛰어갔다. 그 때 울부짖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경사는 “그 때 저희 요청에 따라서 많은 시민분들이 지시한 방향으로 이동해 참사 현장의 앞부분이 아닌 뒷부분에서도 구조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며 시민 협조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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