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이자 친구였던 156명…애도 마지막날 수북한 국화꽃
이태원역 추모공간 및 녹사평역·서울광장 분향소 추모 발걸음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옆 참사 추모 공간에는 새하얀 국화꽃이 가득했다. 희생자 명복을 비는 목탁 소리가 들리는 공간에 듬성듬성 귤과 과자 등 식품들도 놓여있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은 5일로 끝나지만 추모공간을 찾는 시민들은 끊이지 않았다.
국화꽃을 놓거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붙인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안타까워하며 참사 현장을 지켜봤다. 이틀째 추모공간을 찾은 이재순(54) 씨는 "우리 손자들은 그날 명동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희생자들을 보니) 손자들 생각이 나서 너무 가슴 아파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을 위해 매일 국화꽃을 자비로 구해 양동이에 꽂아놓는 외국인도 있었다. 지난 8월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는 "일요일 처음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 매일 찾아와 국화꽃을 놓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외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시민은 편지로 "외국에 있는 동생을 항상 그리워하는데, 참사로 돌아가신 외국인 분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녹사평역 인근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많았다. 가톨릭 신자라는 한 40대 여성은 "세월호 때도 젊은이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젊은 영혼이 하느님 품에 갈 수 있도록 기도서를 들고 위령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한 기독교 단체는 추모객들에 차를 건네기도 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검버섯이 핀 볼에 논물자국이 남은 김성준(83) 씨는 "하늘도 무심하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많은데, 10대 20대 너무 어린애들이 안 됐다. 참 불쌍하다"고 말했다.
50대 시민들은 희생자들이 자녀 같아 특히 마음이 아팠다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분향소에 오게 됐다고 한다. 50대 여성 박모 씨는 "딸 같은 아이들이 코로나가 2년 만에 풀려 못했던 것을 하고 싶어 왔는데, 압사 사고를 당했다니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참사 사망자 대부분 20대로 104명에 달한다. 30대는 31명, 10대가 12명이다. 분향소를 찾은 20대들은 또래가 희생된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박모(27) 씨는 "핼러윈을 즐기러 홍대에 갔는데 압사 소식을 듣고 미안했다. 또래들이라 더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청년정의당과 청년진보당·청년녹색당 등 10여개 청년단체는 이태원역에서 추모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최초 신고 시간인 오후 6시34분 이태원역 4번출구에서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후 5시에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열어온 진보 성향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를 연다. 이들은 10만명 규모로 시청역 인근에 모여 집회를 열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달 31일부터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서 유실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6일까지 운영하고자 했으나, 많은 시민이 아직 찾아가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오는 13일까지 연장했다. 4일 오후 4시 기준 총 1040점 중 801점을 보관 중이다. 최근 유실물 30점이 추가됐다.
지난달 29일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을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참사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96명으로 사상자 총 352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경찰청은 사고 직후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475명 수사본부를 꾸리고 사고 원인과 경위 수사에 나섰다. 이후 부실 대응 논란이 제기됐고 서울경찰청도 수사 대상이 되면서 독립성을 갖춘 501명 규모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꾸려졌다.
경찰청은 특별감찰팀(특감팀)을 꾸리고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의혹을 놓고 감찰에 나섰다. 특감팀은 당시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총경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의 업무태만 사실이 확인됐다며 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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