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와 화약으로 암석 부수며 길 열었다”…봉화 광부들이 전한 221시간
경북 봉화 아연 광산 갱도 붕괴 사고에서 생환한 작업자 2명이 고립 당시 손수 암석을 부수고 통로를 확인하는 등 자력 탈출에 노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숙지한 매뉴얼대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생환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이다.
조장 박모(62)씨는 5일 아들 박근형(42)씨에게 “사고 직후 사흘까지는 갱도 곳곳을 돌며 탈출구가 있는지 확인했다”면서 “공간이 넓은 구간에선 괭이로 암석을 부수면서 길을 열었다”고 했다. 박씨 등은 괭이 외에도 작업용으로 들고 갔던 화약 20여개를 이용해 발파 작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암석을 부수기 위함과 동시에 생존 신호를 지상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발파 작업이 여의치 않자, 박씨 등은 진입할 수 있는 갱도를 모두 돌아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탈출을 모색했다. 지상에 생존 신호를 보내기 위해 갱도 내에 설치된 파이프를 때리고 소리도 질렀다고 한다. 박씨는 “길이 반드시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둘이서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아들에게 전했다.
고립 10일째였던 지난 4일 박씨는 잠시 희망의 끈을 놓을 뻔했다고 한다. 박씨는 아들에게 “이마에 부착한 안전등의 불빛이 나가고 어둠이 찾아오니 그때는 절망감을 느꼈다”면서 “동료 박씨에게도 ‘(살아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모닥불을 지피고 서로 어깨를 맞대며 체온을 유지하는 등 생존 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러던 이날 오후 11시쯤 박씨의 귀에 폭파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함께 근무했던 광산업체 동료 A씨의 “형님!”하는 목소리가 갱도 내에 울려 퍼졌다. 지하 140m의 제 2 수직 갱도 아래서 구조 당국이 325m에 달하는 진입로를 확보하며 겨우 박씨 등이 대피한 최초 작업 지점 인근에 도착한 것이다. 박씨 등은 소방대원과 함께 달려온 A씨와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9일만이며, 박씨 등이 고립된 지 221시간 만이었다.
구조된 박씨는 아들에게 “구조에 힘써주시고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제 광산 현장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봉화의 한 아연 광산에서 갱도가 무너져 박씨 등 작업자 7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5명은 사고 당일 구조되거나 탈출했지만, 박씨 등 2명은 사고 발생 10일째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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