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20개로 자체 발파 시도하기도"...봉화 광산 '기적 생환'

탈출 위해 갱도 내 비닐 천막 만들고 모닥불 피우기도
경찰, 봉화 광산 사고 본격 수사 착수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 열흘째인 4일 밤 고립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선산부 박정하(62) 씨가 화약 20여 개를 이용해 발파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씨는 5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 개를 이용해 두 번에 걸쳐 발파도 시도했지만, 그 정도 양으로는 암석 일부만 툭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발파하면 밑에 우리가 있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또 고립돼 있거나 구조 중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도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씨는 사고 후 고립된 후산부 박 모(56) 씨와 함께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큰 암석으로 막혀 있어 출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두 번의 발파에도 두 사람은 탈출 구멍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후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위쪽으로 올라가 사다리를 가지고 암벽등반도 시도했지만, 슬러지(광물에서 아연을 빼낸 폐기물)가 계속 떨어져 쉽게 탈출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갱도 내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체온 유지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보내 우리가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두 사람이 소지하던 랜턴 배터리마저 꺼지려 하자 박 씨는 "이제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여 분 뒤 박 씨의 귓가에 폭파 소리가 들려오자 두 사람은 근처로 대피했고, 구조 작업에 투입된 동료 광부가 그들을 발견해 달려갔습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좋다"며 "오늘도 못 나왔다면 막장 안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광산 매몰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5일 3개 팀, 수사관 18명을 투입해 봉화 광산 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봉화 광산에서 탈출한 5명의 작업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상황 등 기초 조사를 벌인 뒤 광산업체 간부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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