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사람은 나와야 한다”…용산서장에게 쏠린 시선 [이슈+]

김건호 2022. 11. 5. 1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책임질 사람은 나와야 한다. 이 정도 참사 사고가 났으면 그에 응당 책임질 사람이 나와야 한다. 법적인 처벌이 가능하냐, 원인은 무엇인가와는 별개로 참사에 대한 책임자가 나오는 게 수순이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경찰 지휘 공백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경찰 수뇌부가 타깃이 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 빠르게 책임자 처벌로 가는 것이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번 참사의 원인에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면서 경찰 수뇌부가 떨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대기발령 조치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참사 당일 경찰청 상황실의 문자 보고를 받고도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참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윤희근 경찰청장에서부터 서울청 관계자 등 경찰 지휘부의 직무 유기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1차 책임론 타깃이 된 경찰 수뇌부

4일 경찰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의 1차적 책임은 경찰로 쏠려있다. 정부가 경찰 수뇌부를 겨냥한 것은 이 서장의 늑장보고와 업무 태만을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특수본은 당시 현장을 지휘한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교통기동대라고 보내달라며 요청했지만, 용산서 교통 담당자가 집회 대응을 하고 있어 빼기가 어렵다고 거부한 내용을 확인했다. 이 전 서장의 판단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기동대를 보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특수본의 생각이다.

책임론은 이 전 서장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찰의 총수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경찰청 상황실의 문자 보고를 받고도 42분이나 참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청 상황실은 오후 11시15분에 참사 상황을 파악하고 윤 청장에 11시32분, 경찰 지휘부에 11시36분에 상황 문자를 전파했지만, 윤 청장은 다음날 오전 12시14분까지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또 112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이번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의 뒤늦은 대처도 오른 상태다. 112시스템은 용산서와 서울청, 경찰청으로 올라가는 보호체계를 갖고 있는데 당시 류 총경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고, 사건 다음날인 30일 오전12시 2분에서야 경찰청에 보고했다.
임현규 신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방문, 헌화 후 이태원파출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사태의 경우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선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며 “늑장보고와 업무태만에 대하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뇌부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 서장을 포함해 경찰 수뇌부에 대한 업무상 과실 치사상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이번 참사의 경우 행사를 주최한 법인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 소재를 따지긴 힘들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대형 참사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공무원들을 법원이 공범 형태로 규정해 처벌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인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다. 법원은 공무원에 대해 업무자 신분을 인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 또한 요구하고 있다.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대형 참사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공무원들을 공범 형태로 규정해 처벌했다. 법원은 성수대교와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 사고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실로 인해 인명피해를 발생했고, 이런 과실의 공동정범, 즉 공범이라는 게 법원의 논리다. 단계별 책임자들의 일부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지라도 여러 과실이 합쳐져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에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이 전 서장과 경찰 수뇌부의 안일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주의의무를 다 했냐냐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별개다. 향후 재판에서 이 전 서장 측이 사고 발생 직후 전 직원이 나서서 구조활동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경찰 수뇌부가 직접 이번 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면 충분히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은 가능하다”며 “정부 및 공무원들의 주의의무 문제로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날 경우 국가배상 소송 등도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