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들은 광산 노동자, 유족들에 “부디 힘내셨으면”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만에 기적 생환한 광산 노동자 박정하씨(62)는 5일 오후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참사 유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들 근형씨(42)는 이날 아버지에게 “이태원 참사가 나서 젊은 사람이 150명 넘게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박씨는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되묻고는 “(유)가족들이 정말 힘드시겠다. 부디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씨는 동료 B씨(56)와 지난달 26일 발생한 갱도 사고로 지하 190m 아래에 열흘간 갇혀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221시간이나 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쯤 발생했다. 이 사고로 5일 오전 9시 현재 156명이 숨졌다. 이중 10~20대는 116명이다.
앞서 박씨의 다른 가족들도 지난달 30일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아연광산 제2 수직갱도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위로를 말을 건넸다.
그의 처제는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침에 참사 소식을 듣자마자 애들한테 먼저 전화를 했다”며 “다행히 애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다른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부디 잘 추스르길 바란다”고 했다. 박씨의 처남도 “사망자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아무쪼록 사고 수습이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근형씨는 ‘박씨의 생환이 국민에게 많은 위로가 됐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직접 녹음한 아버지의 음성을 경향신문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씨는 “나와서 보니까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국내에 대형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조금이나 희망을 줬다는 부분(에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B씨의 친형도 구조당국의 마지막 브리핑에서 “그간 사회에 우울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 일이 그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빚진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씨는 함께 작업했던 노동자 5명의 생존 사실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사고가 난 지난달 26일 이 광산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는 박씨와 B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었다. 지하 30m 지점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은 사고 당시 전기가 끊기는 등 이상 신호를 감지해 이날 오후 스스로 광산을 탈출했다. 지하 90m 지점에 있던 노동자 3명은 펄에 휩쓸려 내려가 50m 아래에 있는 공간에서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박씨는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개를 이용해 발파를 시도하기도 했다”며 “발파를 하면 밑에 우리가 있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아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우리 위쪽에 작업하던 동료들도 갇혀 있는 줄 알았다”며 “발파로 혹시 동료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극적 구조가 이뤄진 지난 4일 밤 상황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희망을 포기하려는 찰나였다. 안전모에 달린 안전등 배터리가 소모되면서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면서다.
박씨는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B씨와 번갈아 가면서 랜턴(안전등)을 사용해 왔다”며 “그러다 랜턴 배터리가 다 되고 암흑이 찾아오자 절망감이 몰려왔다. 이제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 순간 박씨는 불빛과 함께 ‘형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커다란 암벽 덩어리를 깨고 그를 구조하기 위해 동료가 나타난 것이다. 박씨는 “B씨와 동료들 구조대원들과 모두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며 “구조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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