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서장, 차량 이동 고집하다 현장 늦게 도착

경찰청이 이태원 할로윈 참사 당일 112신고 부실 대응과 관련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한 2일 이태원 파출소 모습. 문재원 기자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서장의 이동이 지연된 사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는 압사자가 속출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5일 경찰청 특별감찰팀 조사 결과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9시47분쯤 용산서 근처의 한 설렁탕집에서 관용차로 이태원 일대로 출발했다. 그는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 후 오후 9시24분부터 같은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쯤 녹사평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차량 정체로 더는 진입이 어려워지자 경리단길. 하얏트호텔 등을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오후 10시55분에서 11시1분 사이 이태원 파출소 근처인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했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엔틱가구거리까지는 직선거리 900ｍ 정도다. 도보로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면서 무려 55분 이상 걸린 것이다.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은 더는 차량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태원 파출소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결국 참사 발생 후 무려 50분이나 지난 오후 11시5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20분쯤 현장에 도착해 지휘하기 시작했다고 기록된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는 허위로 작성됐다. 다만 특별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23분간 머물렀던 설렁탕집에서서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서장의 구체적인 동선과 행적은 특별감찰팀이 본인 및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