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장, ‘차량 이동’ 고집…도보 10분 거리 55분 걸려 도착[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은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경찰서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김창길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집회 관리 후 오후 9시47분쯤 용산서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관용차로 이태원 일대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5일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쯤 녹사평역에 도착했지만 차량 정체로 더는 진입이 어려워지자 경리단길 등을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오후 10시55분에서 11시1분 사이 이태원 파출소 근처인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했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엔틱가구거리까지 직선거리는 900m정도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면서 55분 이상 걸린 것이다.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은 더는 차량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태원 파출소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참사 발생 후 50분 이상 지난 오후 11시5분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는 이미 수십 명의 심정지 환자가 나오는 등 사고 수습이 어려웠다.

이 전 서장의 구체적인 동선과 행적은 특별감찰팀이 본인 및 목격자 진술, CCTV분석 등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특수본은 특별감찰팀이 확인한 동선 등을 토대로 이 전 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한 이유와 차량 이동 중 참사 현장 관리와 지휘를 충분히 했는지 여부 등을 따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용산경찰서의 상황보고서 허위작성 의혹도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20분쯤 현장에 도착해 지휘하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