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구조된 광산 생존 광부, 돌연 구급대원에게 건넨 말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미역국과 콜라, 바다를 가장 가고 싶다.”
무너진 광산 갱도에서 살아돌아온 광부 B씨(56)는 지난 4일 구조된 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구급대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221시간이나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었던 광부들이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이들의 현재 건강 상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부들의 극적 생환 7시간 전인 4일 언론 브리핑이 진행 중이던 오후 4시까지만 해도 구조 예상 시점은 물론 생사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를 위한 갱도 개척 작업은 예상 대피 지점 30여m를 앞두고 거대한 암석에 가로막혀 있는 듯했고 개척한 통로에도 쏟아지는 바위와 돌을 치워 내야 하는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생사 확인을 위해 이뤄진 시추 작업(지상에서 땅을 수직으로 뚫어 관을 넣는 일)도 목표 지점에 닿았으나, 작업의 목적인 생사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4일 오후 4시까지 갱도 개척 작업은 예상 대피 지점 30m를 앞두고 있었다. 고립 광부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알고있었지만, 남은 30m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뚫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특히 부순 암석을 밖으로 실어나가는 광차가 지나는 선로에 수시로 바위와 돌들이 떨어지고 있어서 개척에 난항이 예상됐다.
다행히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이날 저녁부터 희망의 전조가 보였다. 단단한 암석이라고 여겼던 장애물은 토사와 섞여 있어 헐거웠다. 삽과 곡괭이 등 도구를 쥔 구조 작업자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란 말을 되뇌며 내리치고 찍어냈다. 여러 번 내리쳐도 꼼짝하지 않던 기존 암석과 달리 눈앞의 바위는 쉽게 허물어지면서 한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밤 10시30분께 토사가 흩어진 곳에서 두 광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 작업자를 만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고립자와 구조자들이 만난 순간이었다. 감격하기엔 일분일초가 중요했다. 구조자는 말을 아끼고 그들을 부축했다. ‘아 이거 정말 대단한 상황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으나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무려 221시간 만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온 작업반장 A씨(64)와 B씨는 밤사이 병원에서 영양치료 받으며 별 이상 없이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병원 측은 5일 “그동안 음식을 드시지 못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밤사이 영양 수액과 수분을 보충했다”며 “기운이 조금 없으시지만 밤사이 특별히 의료진 호출이 없었고 잠은 편안하게 주무신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오전 주치의가 결정됨에 따라 야간 응급실 검사 내용을 확인, 환자 상태를 고려해 필요한 검사 및 치료를 진행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특별히 외상이 없고 의식이 있고 말씀도 잘하셨다”며 “병원 이송 후 일반 검사와 혈액 검사, 엑스레이 촬영 등 했는데 특별히 문제가 없고 단지 영양 상태가 안 좋아 일부 수치가 저조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날 밤에는 금식했지만, 이날부터 가벼운 음식을 섭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 당시 보조 작업자 박 씨는 구급대원에게 “미역국과 콜라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 이송된 당시 1인 병실이 만실, 2인 병실이 한 곳만 남아 이들은 같은 병실에서 지냈다. 이에 병원 측은 가족 등과 협의해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병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구조당국에 따르면 고립 광부들은 어제 오후 10시 45분쯤 제2수갱 140m 지하로부터 32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119 특별구조대원과 광산 구조대원들이 인명 구조 활동과 갱도 진입로 확보를 위해 공동작업을 실시했고, 구조인원 1145명과 장비 168대가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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