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19 신고 더 있었다…“경찰·소방 공동대응도 부실”

오찬영 기자 2022. 11. 5. 14: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9 첫 신고 시각 밤 10시 15분보다 빨라
소방, 경찰에 15차례 공동 대응 요청도

서울 ‘이태원 참사’ 사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재난 당국의 부실 대응 징후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피해 신고 기간을 11월 8일에서 11월 15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 119 첫 신고 추가로 있었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 첫 119 신고를 접수됐다는 설명과 달리 이전에도 이태원 사고 현장 신고가 1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과정에서 소방에 접수된 119 첫 신고 시각이 밤 10시 15분이 아닌 그 이전 아니냐는 질문에 “10시 15분 전에 이태원 쪽에서 119에 신고된 것이 17건 정도 나왔는데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1건이다. 나머지 신고는 현장과는 상관없는 주변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사 현장서 발견된 유실물들- 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 소지품 등의 유실물이 놓여져 있다. 김정록 기자


소방당국은 그동안 이태원 사고 브리핑에서 ‘10시 15분 이전에 들어온 신고는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 국장은 “(사고 현장의) 1건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부분”이라면서 “자세한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 “경찰에 15차례 공동대응 요청”

참사 당일 경찰과 소방의 유기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높다. 소방은 참사 당일 경찰에 15차례에 걸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밤 10시 18분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경찰청에 처음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밤 10시 56분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경찰청에 다수의 경찰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3분이 지난 밤 10시 59분 핫라인으로 서울경찰청에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이튿날인 30일 새벽 0시 17분까지 2시간 동안 소방당국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에 교통·인력 통제를 요청한 것은 15번이었다. 경찰이 소방의 요청을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 밤 10만 명 이상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관계 기관은 군중을 통제하는 인력과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대응도 엉망이었다. 앞서 경찰은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 ‘압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첫 신고를 시작으로 최소 11건이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참사는 오후 10시15분 시작됐지만 이상민 행정자치부 장관(밤 11시20분)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밤 11시36분), 윤희근 경찰청장(30일 새벽 0시14분)은 뒤늦게서야 사태를 인지했다. 윤석열 대통령(밤 11시1분)보다도 늦게 보고를 받은 셈이다.

또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을 총괄하는 상황관리관은 참사 당시 근무지를 이탈해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상황관리관이 상황실 근무자에게 첫 보고를 받은 시점은 참사 발생 1시간 24분이 지난 밤 11시39분 이었다.

현장 지휘사령탑인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 관리 근무를 마치고서 오후 9시30분께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했지만 도착 시간은 1시간 반 뒤여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구축한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역시 참사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때 군과 해경이 다른 통신망을 쓰면서 구조가 지연돼 1조5000억여 원을 들여 구축한 단일 통신망이 이태원 참사에선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 행안부 “보고체계 개편 예정”

정부는 재난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행정안전부 내 보고 체계 개편에 나섰다. 행안부는 참사 당일 밤 10시 57분 행안부가 내부에 전송한 1단계 긴급문자(크로샷)에 ‘압사 사고’, ‘’15명(CPR 환자)‘라는 내용이 있는데도 1단계 상황이라 장관에게 관련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해 “위험 단계에 따라 전달을 1단계로 누구한테 하고 2단계로 누구한테 하고 이렇게 체계적으로 운영을 해왔는데, 이런 부분이 실질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어 정보전달체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이태원 압사 참사’ 원인 조사에 대해 “결과에 따라 조치를 엄중히 취하고, 국민 여러분께도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안전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며 “다중 밀집 시 안전관리 대책 등 재발방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피해 신고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의료비 지원 방안이 지난 3일 중대본에서 결정되고 지난 4일 안내됐기 때문에 부상자들의 피해 신고 기간이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지역축제와 공연장·경기장 같은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도 오는 10일부터 1개월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외국인 26명 포함 156명이며 부상자는 중상 33명 포함 196명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